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지아장커 감독의 다큐멘터리 <먼 바다까지 헤엄쳐 가기>는 중국 현대사의 굴곡을 거창한 서사 대신 문학가들의 내밀한 목소리로 복원해낸 작품이다. <소무>부터 <산하고인>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급변하는 풍경을 응시해온 지아장커는 이번에도 자신만의 미학으로 인민의 삶과 역사의 궤적을 쫓는다. 영화는 웅장한 현대사의 광기 대신, 동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술회를 통해 대륙의 생채기와 생명력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감독은 고향 산시성 펀양에서 열린 문학축제에 모인 세 명의 소설가—지아팡와, 위화, 량훙—를 카메라 앞에 세운다. 18개의 장으로 나뉜 서사는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풍경에서 시작해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이 체득한 시대의 공기를 전달한다. 특히 <허삼관 매혈기>의 위화가 들려주는 개인적인 편력은 역사의 거대 담론을 살아있는 개인의 서사로 치환시킨다. 망각의 속도보다 빠른 중국의 변화 속에서 이들의 고백은 빛바랜 역사를 현재의 시간으로 소환하는 장치가 된다.
제목인 '먼 바다까지 헤엄쳐 가기'는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위화의 말에서 기인한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본 푸른 바다를 찾기 위해 누런 황해를 헤엄쳐 나갔다는 그의 회고는 중의적이다. 이는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지나 이상적인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갔던 중국인들의 집념이자, 흔들리는 시대 속에서 자신만의 푸른 바다를 찾으려 했던 예술가들의 관조적 태도를 상징한다.
지아장커는 이 작품을 통해 서구적 시선이 규정한 중국 바라보기에 반기를 든다. 거창한 혁명이나 투쟁의 기록이 아닌, 밥을 먹고 연애하며 글을 써온 평범한 라오바이셩(老百姓)들의 시간이 곧 역사임을 역설한다. 세대를 이어온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하나의 거대한 바다를 이루듯, 영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들이 어떻게 민족의 보편적인 역사가 되는지를 아름답게 증명한다. 급변하는 중국의 한복판에서 던지는 이 조용한 성찰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