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내달 7일 개봉하는 영화 <바이러스>는 제작 후 6년 만에 빛을 보는 파란만장한 사연의 주인공이다. 이지민 작가의 소설 <청춘극한기>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2019년 촬영을 마쳤으나, 역설적이게도 실제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며 '사랑의 묘약'으로서의 바이러스라는 희극적 설정이 봉인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관객을 찾는 이 영화는 감염되면 24시간 내에 죽지만, 동시에 사랑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톡소 바이러스'를 둘러싼 기발한 로맨틱 코미디다.
번역가 택선(배두나)은 연구원 남수필(손석구)과 소개팅 후 이상 증세에 시달린다. 땀이 나고 온 세상이 즐거워 보이는 이 증상은 바로 러브 바이러스의 전조다. 수필의 죽음 이후, 택선은 이균(김윤석)을 만나 항체를 둘러싼 거대한 소동극에 휘말린다. 영화는 메디컬 스릴러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본질은 바이러스의 도움을 빌려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다. 배두나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와 김윤석의 힘 뺀 중년 로맨스는 의외의 조화를 이루며 극을 이끈다.
강이관 감독은 원작의 설정을 유지하면서도 연구소를 사악한 기업으로 설정해 영화적 긴장감을 더했다. 특히 '전염'의 순간을 염혜란 등 감초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로 풀어내며 코로나 이전의 해학을 보여준다. 임상 실험에 희생되는 쥐를 애도하는 수필의 정서나 <E.T.>를 연상시키는 후반부 소동극은 무해하면서도 따뜻한 웃음을 선사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이 영화는 바이러스가 공포가 아닌 사랑으로 치환될 수 있었던 순수한 상상력을 다시금 일깨운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