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하정우가 <롤러코스터>, <허삼관>에 이어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 <로비>는 대한민국 비즈니스의 민낯을 골프장이라는 필드 위에 펼쳐놓은 블랙코미디다. 실리콘밸리 출신의 기술 엘리트 윤창욱(하정우)이 4조 원 규모의 국책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골프광 공무원에게 로비를 벌이는 과정은, 숭고한 기술력이 세속적인 '골프력' 앞에 무너지는 한국 사회의 촌극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영화는 골프를 전혀 모르는 관객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캐릭터의 힘이 강력하다. 독보적인 매립형 충전 기술을 가졌지만 골프채 하나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윤 대표가 속성 로비 과외를 받고 필드에 나서는 모습은 그 자체로 거대한 소동극이다. 여기에 로비의 달인 박 기자(이동휘)와 실력보다는 줄 대기에 능한 경쟁자 손광우(박병은)가 가세하며, 평화로워 보이는 초록빛 필드는 도청과 음모, '알까기'가 횡행하는 치열한 전쟁터로 변모한다.
하정우 감독은 특유의 리듬감 있는 대사와 짧고 경쾌한 컷 구성을 통해 106분의 상영시간을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가득 채운다. 김의성, 박해수, 강말금 등 연기파 배우들이 연기하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골프카트 위에 올라타 대사 폭포수를 쏟아낸다. 특히 새벽부터 유명 호텔의 케이크를 공수하는 정성부터 도청 작전까지 불사하는 로비의 과정은 클래식 할리우드 코미디의 활력과 한국적 염량세태가 절묘하게 결합된 지점이다.
결국 <로비>는 기술의 우수성보다 접대의 기술이 우선시되는 부조리한 현실을 웃음이라는 필터로 걸러낸 작품이다. 싱싱하고 팔팔한 캐릭터들이 휘두르는 골프채 끝에서 국책 사업의 향방이 결정되는 과정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면서도, 하정우표 블랙코미디가 가진 독특한 인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