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녀들
권혁재 감독의 <검은 수녀들>은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과 궤를 같이하며, 오컬트 장르의 외연을 수녀들의 연대와 샤머니즘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영화는 강력한 악령 '12형상'에 사로잡힌 소년 희진(문우진)을 구하기 위해 교단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지된 구마 의식에 뛰어든 유니아 수녀(송혜교)와 의사 출신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의 사투를 그린다. 전작이 신부들의 의식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여성 수녀들이 주체가 되어 극을 이끈다.
영화는 성별의 전복뿐만 아니라 종교적 연합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도입했다. 가톨릭의 구마 의식 현장에 무녀 효원(김국희)의 북소리가 가미되는 지점은 영화 <파묘>가 남긴 장르적 변주의 흔적을 보여준다. 송혜교는 거친 언행 뒤에 청각 장애와 상처를 숨긴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아 처절한 희생을 연기하며, 전여빈은 이성적인 미카엘라가 신념의 수녀로 거듭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비록 인물들의 전사(Backstory) 생략과 타로 카드 등 일부 설정의 과잉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검은 수녀들>은 한국형 오컬트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신부에서 수녀로, 그리고 무속 신앙과의 결합으로 이어지는 변주는 <엑소시스트> 이후 끊이지 않는 구마 영화의 계보 속에서 한국적인 색채를 강화한다. '12형상'이라는 절대 악에 맞선 여성들의 연대는 관객에게 묵직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박재환.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