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1997년 IMF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의 근간을 뒤흔든 대사건이었다. 누군가는 삶을 포기했고, 누군가는 재기를 꿈꾸며 낯선 땅으로 향했다. 지난 31일 개봉한 김성제 감독의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바로 그 시대의 절망을 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로 떠난 이들의 처절한 생존 투쟁을 담는다.
열아홉 살 국희(송중기)는 도산한 아버지를 따라 보고타에 도착한다. "미국으로 가기 위한 톨게이트일 뿐"이라던 호언장담과 달리, 현실은 공항 시위와 택시 강도가 난무하는 무법지대다. 월남전 전우 박병장(권해효)의 도움으로 란제리 밀수 시장에 발을 들인 국희는 부패한 공권력과 동포 간의 배신 속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간다. 마약 카르텔의 땅에서 란제리와 오리털 파카라는 K-아이템으로 시장을 장악해가는 과정은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던 당시 상사맨들의 프런티어 정신을 환기시킨다.
영화는 곁가지를 쳐내고 국희의 흥망성쇠에 집중하는 직진형 서사를 택했다. 이희준, 권해효 등 베테랑 조연들의 연기는 이민 개척사의 무게감을 든든히 받쳐준다. 다만 주연 송중기의 지나치게 고운 얼굴은 보고타의 거친 풍파를 겪어낸 인물치고는 다소 매끄러워 몰입에 태클을 걸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리남>의 악당들과는 또 다른, 생존을 위해 독해져야 했던 우리네 이민자들의 비정한 자화상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인상적이다(박재환.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