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게임>, <조류인간>,<프랑스영화처럼> 등 만약 이 영화를 봤다면 느낌이 올 신연식 감독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미니시리즈)에 도전한다. 신연식 감독은 <동주>와 <거미집>의 각본을 쓴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선택한 드라마 <삼식이 삼촌>은 1959년에서 1960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승만 정권말기, 그리고 민주화 열기와 군사쿠테타로 이어지는 위태로운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아마 MBC의 <수사반장1958>이 아니었으면 독보적인 시대극으로 자리 잡을 운명일지 모른 작품이다.
<삼식이 삼촌>은 삼식이라고 불리는 한 인물, ‘박두칠’을 중심으로 1959년, 그 혼란스러웠던 대한민국의 정치,경제,문화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우리가 익히 짐작할 수 있는 독재정권 말기의 혼란상과 오래전 일제의 잔재를 기반으로 터를 잡고, 정권의 비호로 성장했을 기업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언론-당시에는 신문- 종사자의 활약상도 지켜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거대한 축이 되어버린 군인들의 야심과 욕망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모든 ‘대한민국의 주역들’의 야망과 욕망은 삼식이 삼촌, 박두칠의 손바닥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박두칠의 대척점에 김산이 서 있다. 박두칠은 머슴 출신이고, 17살에 단팥빵을 ‘배불리’ 먹기 위해 처음 살인을 했던 인물이다. 그가 어떻게 세파를 뚫고, 권력의 뒤에서 힘을 축적하고, 마침내 돈 꼬를레오네 같은 인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김산은 육사 출신이고, 똑똑한 머리로 올브라이트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에서 공부한 엘리트 관료로 등장한다. 이승만 정권 말기 내무부 국가재건국 과장으로 ‘국가재건5개년계획 종합경제시책’ 청사진을 준비할 만큼 대한민국을 강국으로 만들려는 일심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승만정권의 재집권야욕과 자유당 의원들의 야망, 그리고 지리멸렬하는 야당 세력. 그 사이를 자유자재로 농락하는 부패와 어둠의 세력이 김산을 절망에 빠뜨린다.
드라마 <삼식이 삼촌>은 쿠테타 이후, 정권을 장학한 군인들이 이들 앙상 레짐‘의 핵심인원들을 수도방위대 비밀벙커에 잡아들여 취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불러온 의원, 기업인, 군인, 관료, 깡패들이 ’야만의 시대‘의 야망의 권력암투를 전해주는 것이다. 저 멀리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부(富)를 일구고, 어떻게 권력자들이 손을 잡는지, 그리고 배신하고, 절망하고, 복수하는지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는 것이다.
송강호는 삼식이 삼촌이라 불리는 박두칠을 연기한다. 자신의 성장스토리가 있기에, 그의 가슴속에는 오직 ‘배부름’에 대한 원초적 욕망이 있다. 아마도 그것은 중국식 사회발전단계론에서 보자면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하는 ‘온포’(溫飽)사회일 것이다. 하루 세 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몽상가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손가락질 받고, ‘권력자의 개’로 인식되더라도 야심을 꽁꽁 숨기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더 좋은 파트너를 끊임없이 찾고, 최고의 칩에 배팅을 하는 것이다. 다름 아닌 김산이었던 것이다.
김산의 커다란 꿈은 1부에서 명확하게 보여준다. 미국 유학시절 일화를 이야기하며 “피자가게 2층에 살았다. 그 냄새를 맡으며, 그 누구도 끼니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전투기가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 피자가 부러웠다."면서 "서울, 부산, 인천에 고속도로를 깔고, 중국에 신발을 팔겠다.”고 말한다. 어둠의 삼식이와 광명의 김산이 손을 잡는다면? 그런데, 시청자들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잘 알고 있다. 사회혼란을 빌미로 군인이 나선다는 것을. <서울의 봄> 훨씬 이전에 말이다.
신연식 감독은 오랫동안 금단의 영역에 머물던 그 시절을 이야기한다. 감독은 지금의 대한민국의 혼란상, 난맥상의 뿌리를 찾고 싶었던 모양이다. 정치와 경제가 어떻게 유착했고, 정치판에 어떻게 군화 발에 짓밟혔는지, 기업인들은 어떻게 돈을 긁어모았는지. 그리고, 깡패들은 어떻게 그들의 광대가 되었는지 드라마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드라마 <제1공화국>보다는 오래 전 TV에서 방영된 미드 <야망의 계절>(원제:Rich Man, Poor Man)를 떠올리게 한다.
송강호, 변요한, 이규형, 진기주, 서현우, 유재명, 주진모 등 배우들이 출연하는 신연식 감독의 ‘실록 대한민국’ <삼식이 삼촌>은 오늘(15일) 1~5화가 공개되고, 매주 수요일 2개씩 그리고 마지막 주 3개로 총16개의 에피소드로 만나볼 수 있다.
▶삼식이 삼촌 ▶감독/각본:신연식 ▶출연: 송강호(삼식이) 변요한(김산 과장) 이규형(강성민 의원) 진기주(주여진) 서현우(정한민) 주진모(안요섭 사장) 오광록(주인태 당수) 티파니 영(레이첼 정) 노재원(한수) 최홍일(황박사) 김민재(유연철) 김익태(대통령) 박혁권(내무부장관 최민규) 특별출연-유재명(장두식) ▶2024년 5월15일~6월19일 디즈니플러스 ▶총 16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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