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터 스탤론의 <록키>(1976)는 2006년 <록키 발보아>까지 6편이 만들어졌다. 마동석의 <범죄도시>는 적어도 이보다는 더 많이 만들어질 것 같다. 세상에 악당은 많고, 범죄는 지능화되어가고 있으니. 뭐라고? 악당이 많은 것은 상관없는데, 지능화된다면? 그게 조금 걱정된다. <범죄도시4>는 그런 우려의 지점을 돌파한다. 광수대엔 ‘와일드’한 형사들만큼 ‘스마트’한 경찰들도 있으니.
<범죄도시4>는 필리핀에서부터 사건이 시작된다. 한밤중 한 남자가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다. 어딘가 감금되어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것이다. 순찰차가 보이자 도와달라고 매달린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난 악당 하나. 악당은 경찰도, 그 남자도 거리낌 없이 그냥 죽여 버린다. ‘범죄도시’의 잔인한 악당계보를 잇는 백창기의 등장이다. 특수부대 용병출신이라는 그는 필리핀에 거점을 둔 대규모 온라인 도박사이트의 현지 관리자이다. 저 멀리 서울에서는 ‘어릴 적부터 IT천재’ 소리를 들었다는 장동철이 모든 중대범죄를 리모트컨트롤하고 있다. 소소한(?) 마약배달책을 붙잡은 광수대 소속 마석도는 필리핀에서 칼에 찔러 죽은 남자의 사건을 접하고, 이제 사악하고도 잔인한 도박판에 뛰어든다. 그의 곁에는 ‘광수대 동료’와 ‘카메오 경찰청장’, 그리고 ‘돌아온 장이수’가 있다. 든든하다.
<범죄도시>는 기본적으로 감히 손댈 수 없을 것 같은 강력범죄자들을 뒤쫓는 마석도와 그 동료형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악당은 다양하다. 하나같이 잔인하고, 잔혹하고, 싸움을 잘한다. 그에 맞서는 마석도는 항상 혼자이고, 주먹이 세고, 유머가 있다. 시리즈(프랜차이즈)를 이어가며 관객들은 언제나 마동석이 몇 차례 칼에 맞기는 하겠지만 결국 강펀치로 악당을 K.O 시키고 동료들과 얼싸안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악당이 흉악할수록, 싸움을 잘 할수록 마석도의 펀치 파워에 대한 기대심도 높아지고, 카타르시스에 대한 만족치도 올라간다.
이번 4편에서는 악당이 두 명이다. ‘강 대 강’ 몸으로 부딪치는 김무열과, 브레인으로 승부를 보는 이동휘. 그런데 이동휘는 컴퓨터 같은 지능범의 모습보다는 약삭빠르고, 허세가 심한 너드로 등장한다. 그러니 이번 편의 빌런은 당연히 김무열의 몫이다. 윤계상, 손석구, 이준혁의 대를 이은 빌런 김무열은 특수부대 용병출신답게 입은 무겁게, 칼은 날카롭게, 각이 살아있는 대결 구도를 이끈다. 마석도는 복싱 스타일의 주먹질이 기본이고, 김무열은 단도를 든 근접전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대결은 비행기 안이라서 더욱 긴박감이 넘친다.
<범죄도시4>는 마동석과 김무열의 대결구도가 하이라이트이지만, 육박전의 빈 공간은 돌아온 장이수(박지환)의 코믹 플레이로 채워진다. 연변(?) 악센트에, 구찌백을 흔들고, 형사가 되고 싶어 안달인 그가 타갈로그어를 너무나 그럴듯하게 한다는 것이 ‘대찬인생’을 산 풍운아 같다. <록키>시리즈가 6편 나오고 스핀오프인 <크리드>가 3편 나왔으니 ‘장이수’ 프로젝트도 심각하게 고려해 볼 듯하다.
'범죄도시‘ 1편(688만), 2편(1,269만), 3편(1068만)을 모두 합쳐 3,025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24일 개봉되는 <범죄도시4>도 이에 못지않은 호성적을 올릴 것 같다.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못되는 극장상황에서는 우선은 반갑고, 익숙한 흥행메뉴이니 말이다.
▶범죄도시4 ▶감독:허맹행 ▶출연:마동석 김무열 박지환 이동휘 ▶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개봉:2024년 4월24일/15세이상관람가/10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