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범죄도시3> 개봉에 맞춰 인터뷰를 한 마동석은 슈퍼스타답게 꽉 짜인 스케줄을 이야기했었다. ‘범죄도시’는 10개도 가능하다면서. 그것 말고도 한국과 할리우드를 오가며 열심히 영화를 찍을 것이란다. 그 중 하나가 넷플릭스와 함께한 <황야>이다. <황야>는 어느 날 갑자기 대지진이 발생하고, 폐허가 된 세상에서 자기만의 정의를 세우고, 질서를 유지하는 주먹왕 마동석의 활약상을 담고 있다. 여기서 잠깐! “대지진 후 폐허?” 지난여름 흥행성공한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나아가 김숭늉의 웹툰의 설정이 떠오른다. (넷플릭스 측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한다) 뭐, 그런 경우는 많으니까. 갑자기 외계인이 쳐들어온다든지, 잭 리프 사령관이 둠스데이 폭탄이라도 떨어뜨렸든지(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아니면 정말 지구 속 마그마가 미쳤든지. 여하튼 지구는 큰일이 났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넷플릭스 영화 <황야>는 실험실에서 딸을 상대로 엄청난 생체실험을 하는 양기수 박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체가 뒹구는 바닥에는 ‘기이한 모습’의 도마뱀이 기어 다닌다. 딸을 살리려는 일념에 제 정신이 아닌 양 박사. 그 순간 건물이 흔들리고, 창밖으로 빌딩이 무너져내리는 대지진의 현장을 목도하게 된다. 그렇게 ‘황야’는 시작된다. 세상은 무너졌다. 남산타워도, 세종문화회관도, 잠실도, 공항도 모두. 이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힘겨운 사투를 이어가게 된다. 물을 얻기 위해,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남산(마동석)과 지완(이준영)은 폐허 속을 돌아다니며 사냥에 나선다. 이곳에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나타나서 ‘깨끗한 물과 안전한 거주지’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그 말을 믿고 사람들이 따라 나선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수나(노정의)도 따라나선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양기수 박사는 이들을 상대로 위험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남산과 지완은 이은호 중사와 함께 양기수와 괴상한 군인들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다.
<황야>는 <아수라>, <부산행>, <신세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수많은 영화의 무술감독으로 참여하여 길이 기억될 액션시퀀스를 만들어낸 허명행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황야’ 제작보고회 때 마동석과 나란히 무대에 섰을 때 둘은 닮은 듯했다. 실제 마동석의 대역도 오래 했다고 한다. <황야>에서는 마동석과 오래 부대낀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펀치는 하나를 날려고 강력하게, 상대와 부딪칠 때도 긴장감이 넘치게, 상대를 벽으로 집어던질 때도 정확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틈틈이 깨알 개그포인트를 놓치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렇다.
결국, 영화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굉장히 매혹적인 종말론적 상황에서 ‘프랑켄슈타인’과 ‘731마루타’를 오가는 생체실험의 비인간적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어려울수록 뭉쳐야한다는 생존법칙을 가르쳐준다. 물론 마동석 같이 힘센 사람이 우리 편이면 더 좋고 말이다.
마동석의 액션에 이희준(양기수)의 미치광이 연기, 그리고 이준영, 안지혜의 의외의 화끈한 액션이 볼만하다. 게다가 쓸데없이 긴 시리즈도 아니다. 100분 만에 깔끔하게 끝내는 액션물이다. 괜히 ‘포스트 아포칼립스’니 ‘유토피아 세계관’이니 따질 것 없는 순도 100%의 마동석표 액션물이다.
▶황야 ▶감독: 허명행 ▶기획:변승민 ▶각본:김보통 곽재민 ▶각색:마동석 김창훈 ▶출연: 마동석(남산) 이희준(양기수) 이준영(최지완) 노정의(한수나) 안지혜(이은호) 박지훈(권상사) 장영남(선생님) 박효준(타이거) 성병숙(연수) 정영주(복부인) 이한주(이주예) 박상훈(최실장) ▶제작:클라이맥스스튜디오 빅펀치픽쳐스 ▶제공:넷플릭스 ▶공개:2024년 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