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12시 45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임정은 감독의 단편영화 <새벽> 이 시청자를 찾는다.
임정은 감독의 <새벽>은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인디포럼 등을 통해 소개된 자품이다. 영화는 취업준비생의 답답한 속사정을 드라마틱하게 담고 있다.
대학교 취업동아리.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특히나 이 동아리를 이끄는 좌장은 4년째 취업의 문턱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신 지수(정하담)이다. 함께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선배, 동기들이 하나 둘 합격과 더불어 떠나간 캠퍼스에서 지수는 여전히 후배들을 이끈다. 예상문제와 모범답안, 경험에서 우러난 면접 테크닉 등을 알뜰하게, 성심성의껏 후배들에게 전수해준다. 무표정한 얼굴과 동요하지 않는 목소리에 후배들의 신망도 깊다. 그러나, 먼저 합격한 선배/동기가 찾아왔을 때 얼굴에서 스쳐 지나가는 좌절감과 불안감은 숨길 수가 없다. 지수가 스터디 그룹에 매달리는 것은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유리한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해서인지 알수가 없다. 후배 하나가 너무나 깜찍한 면접 주제발표 시연에 놀란다. 그런데, 그녀에게 기회가 왔는지 모른다. 언론사 입사시험, 면접에서, 지수는 자기도 모르게, 아님, 의식적으로, 후배의 그 명답을 읊조린다.
언론사/ 방송사를 준비하는 많은 취준생들은 대학에서, 동아리를 통해 실전 훈련을 전수받아, 실력을 연마한다. 개인적 특성까지 활용한다면 백전백승의 인재이리라. 하지만, 걸리는 자와 떨어지는 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단지 실력일까, 아니면 또 다른 끈이 존재할까. 차라리 운일까. 영화 <새벽>은 그 치열한 취준생의 고달픈 준비과정을 리얼하게, 드라마틱하게, 잔인하게 전해준다. 물론, 임정은 감독은 중간에 애니메이션을 활용한다. 황새를 쫓아가는 볍새의 이미지를 활용한다. 내면에 새겨진 좌절감, 그리고 끝내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뒤범벅되어 날개짓한다.
지수에겐, 그 준비과정이 알을 깨는 고뇌의 시간이자, 인생의 최악의 암흑기일 것이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혹은 기회가 왔을 때 덥썩 물어버리는 승부근성이 그녀의 나머지 삶을 좌우할지 모른다. 후배입장에선? 운이 나빴거나, 아직은 때가 아닐 뿐이다.
4년째 한 우물을 파는 취준생 지수는 최근 <항거:유관순이야기>에서 일제 강점기 다방종업원 이옥이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독립영화계의 꽃’ 정하담이 필사적 연기를 보여준다. 선배 지수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된 후배 선영은 최근 ‘SKY캐슬’에서 예서로 유명세를 떨친 김혜윤이 연기한다.
독립영화 ‘새벽’의 배급사인 ‘호우주의보’에서는 단편 영화 중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 6개를 단편소설로 엮어 책으로 발간한단다. 영화 <새벽>을 본 뒤 궁금한 것은 소설 <새벽>을 읽어보시라고 임정은 감독이 전했다.
한편 오늘 <독립영화관>에서는 임정은 감독의 <새벽>과 함께 박용주 감독의 <폭발하는 황혼>도 함께 방송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