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빈 감독의 <공작>은 YS 정권 시절 실제 있었던 대북 스파이 활동을 다룬 작품으로, 이른바 ‘블랙리스트’ 정권을 지나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온 이야기다. 영화는 1993년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 북한의 핵 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투입된 안기부 요원 ‘흑금성’ 박채서의 활약상을 저본으로 삼는다. 정보사 요원 출신인 그는 대북 사업가로 위장해 중국에서 북측 핵심 인사인 리명운 처장과 접촉하며 기선 제압과 패 숨기기라는 치열한 게임의 법칙 속에서 북한 핵심부에 접근한다.
영화는 박채서의 실화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상상력을 발휘해 북한 내부의 보위부와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엮어낸다. 윤종빈 감독은 총 한 방 쏘지 않고도 영화 전체를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이끄는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황정민이 연기하는 박석영은 북으로부터의 역공작과 남으로부터의 배신이라는 이중의 위험에 노출된 채, 마치 <무간도>의 잠입 첩자처럼 고독하고 위태로운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공작>은 단순한 이데올로기 승리를 넘어선 지점을 조명한다. 군사적 위험 요소마저 정치적 거래와 체제 안정을 위해 활용되는 비정한 현실 속에서, 박석영은 북의 리명운과 묘한 동질감을 형성한다. 이는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뛰어넘어 국가와 민족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라는 유대감으로 발현된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공작의 목적이 바뀌고 음지에서 일하는 이들이 희생되는 상황 속에서도, 확실한 증거를 잡아야 한다는 그들의 임무는 변함이 없다. 남과 북의 권력자가 바뀌며 게임의 판은 커졌지만, 극한의 상황을 견뎌낸 그들의 고뇌는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