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에 반하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경험한, 그 기묘한 감정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문학적으로나마 표현해 보려고 했을 것이다. 만약, 그 기제(機制), 원리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인류문명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모른다. 상업적 성공은 물론이고 말이다. 여태까지는 “알코올이 일정 수준 이상 흡수되면 테이블 맞은편의 상대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가설이 확립되어 있다. 여기에, 전 세계 향수업계에 일대 혁신을 일으킬 실험이 시작된다. ‘첫사랑을 불러일으키는 향수’이다. 페르몬과는 다른 것이다. 여하튼 어제 개봉된 영화 이야기이다.
높은 빌딩이 줄지어 서 있는 인천 송도의 풍광이 보이고, 남자주인공 창수(윤시윤)가 오늘도 늦잠에, 허겁지겁 정류소로 달려간다. 출근시간에 맞춰 달려가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항상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버스기사는 윤다훈이고, 승객 중엔 욕쟁이할매 김수미가 앉아서 아침부터 욕 한바가지다. 그리고, 다음 정거장에서는 여신 아라(설인아)가 탄다. 창수는 말 한번 붙여보지 못한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인생이 달라질 기회’라는 말고 함께 향수를 선물 받는다. 향수를 뿌리고 집을 나서니 모든 사람들이 무언가에 홀린 듯 자신을 뒤따른다. '아라'도! 무슨 향수이기에? 그리고 그 향기는 얼마나 지속될까. 그리고 그 향에서 깨어났을 때, 그 감정은 유지될까. 윤시윤과 설인아는 관객과 함께 ‘향수의 마법’의 지속시간을 테스트받게 된다.
영화는 ‘퍼퓸’ 로코이다. 남녀주인공은 지극히 전형적이다. ‘기쁜 우리 젊은 날’ 이래, 남자는 어벙해 보이지만 순수하고, 여자는 딱 봐도 여신 스타일이다. 단지 때를 만나지 못해 아직 연이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지 관객들은 이 둘이 곧 연애를 하게 될 것이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영화는 윤시윤과 설인아의 사랑을 엮어주기 위해 ‘인공 감미료’를 뿌리는 것이다. 그리고 주성분 못지않게 다양한 요소(직장동료, 캠핑 에피소드 등)를 첨가한다. 베스트셀러 향수는 그 배합이 중요하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의 배합은 널리 알려진 ‘레시피’대로 따라하지만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윤시윤, 설인아 뿐만 아니라 조연들(노상현도 나온다!), 특별출연 배우들 연기는 모두 그 장면에서 최상의 등장이긴 하지만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의 로맨스의 설렘, 코미디의 경쾌함이 부족하다. 굳이 수치로 분석하자면 성분배합 2%차이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이미 보여준 사실이 있다. ‘사랑의 묘약’이란 것은 마술도, 술도, 미약도 아니란 사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판단이 흐려지고, 눈에는 콩깍지에 씐 것이다. 2월 14일이 발렌타인데이란다. 아마 그 날 ‘샤넬5’를 연인에게 선물하면 좋아할 것이다. ‘샤넬5’는 향수이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감독:임성용 ▶출연: 윤시윤 설인아 문지인 이규복 김영웅 노상현 ▶2023년 2월 8일 개봉
[사진=콘텐츠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