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지아장커(賈樟柯/가장가/Jia Zhangke) 감독이 신작 <사라진 시간들>(Where Has Time Gone?)로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사라진 시간들>은 지아장커 감독과 함께 월터 살레스(브라질), 알렉세이 페도르첸코(러시아), 마두르 반다카르(인도), 자밀 X.T. 쿠베카(남아공) 등 그 나라를 대표하는 감독들이 함께한 옴니버스 영화. 공통된 주제는‘ 시간’이다. 영화는 경제성장과 개인의 가치가 무시되는 사람들의 아픔을 그린다. 지아장커 감독은 <봄>(逢春/Revive)의 연출을 맡았다. 중국당국의 새로운 가족정책에 따라 둘째를 가질지 말지를 경제적 상황을 놓고 고민하는 드라마이다.
영화제 열리는 기간에 지아장커를 만나 <사라진 시간들>과 근황에 대해 물어보았다. 개막식이 열린 영화의 전당 야외상영장 옆에 위치한 ‘두레라움홀’ 3층 임시사무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영화 <사라진 시간들>에 참여한 감독의 국적은 이른바 ‘BRICS’이다. 2001년 골드만 삭스의 경제전문가가 세계경제의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네 나라를 일컫다가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추가되며 다섯 나라를 의미한다. 이들 다섯 나라 정상들은 해마다 모임을 갖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중국 샤먼에서 시진핑과 러시아의 푸틴 등 정상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날 북한 김정은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사라진 시간>은 브릭스 정상회담을 기념하여 6월에 사천성 청두에서 열린 제2회 브릭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공개되었다. 한때는 핍박받던 중국 6세대 예술감독이 중국의 정책홍보성 영화의 연출을 맡게 된 소감을 물어보았다.
“이 영화는 홍보영화는 아니다. 서로 다른 다섯 개 나라의 감독들이 함께 작업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들 나라의 인구를 다 합치면 30억이 넘는다. 이 많은 인구들이 빠른 속도로 경제가 발전하면서 그들의 생활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다루고 싶었다.”고 밝혔다. <시간의 흐름>은 지아장커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제작을 맡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정치적인 문제가 경제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그런 상황을 문화적인 문제로 바뀌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지아장커가 연출한 중국 편은 ‘한 자녀 정책’이 폐기된 후 중국의 젊은 부부가 둘째를 갖는 문제로 고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세 출산계획과 시간의 흐름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지금 중국은 한자녀 정책이 폐지되고 자녀를 더 갖는 문제에 대해 많은 가족이 토론을 하고 있다. 선택의 문제가 된다. 여자의 가임기라는 게 있다. 그 나이를 초과했을 때 아이를 낳는 문제도 결국 시간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간이야기를 주제와 연관시켜 영화를 찍게 되었다.”고 소개한다.
물론 영화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주저하는 남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 부부는 사랑해서 첫째를 낳았지만, 지금 둘 사이는 단조롭다. 처음 사랑했던 사람이 지금은 낯선 사람으로 변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인다.
이번 영화는 산시성 펀양 출신의 지아장커 감독이 고향에 이웃한 핑야오(平遥)에서 찍었다. “영화에 나오는 핑야오 고성은 2,700년 된 오래된 역사 유적지이다.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것이 당연시되고, 시간이 마냥 흘려가는 것을 한번쯤 되돌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그 곳을 택했다.”고 말한다.
오랜만에 지아장커를 만났으니 현재 중국영화산업에 대해 물어보았다. 몇 해 전 지아장커의 예술영화 <스틸 라이프>(三峽好人)가 개봉될 때 장이모우(장예모) 감독의 대작 <황후화>도 같이 개봉되었다. 중국영화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이 시기에 대부분의 극장/스크린이 <황후화>를 내걸었고, 지아장커는 불만을 표출한 적이 있다. “중요한 문제다. 10년 전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지금 중국 극장에서는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몇몇 다큐는 흥행성적도 꽤 좋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분명 아직도 발전해야하고, 더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요즘 장예모 감독을 못 본 지 꽤 되었다.”고 덧붙였다.
지아장커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PIFF’로 불리던 초창기에 부산을 찾았던 부산영화제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최근 벌어진 영화제 파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1998년, 3회 영화제 때 <소무>로 처음 부산을 찾았었다. 그때는 나도 젊었고, 영화제는 활기가 넘쳤다. 자유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영화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영화는 자유가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던 지아장커는 중국으로 돌아가서 <시간의 흐름> 중국개봉 홍보활동에 나선다. 그리고 이달 말 핑야오에서 열리는 제1회 핑야오국제영화제(平遥国际电影展)에 매진한다. 핑야오국제영화제는 지아장커가 야심차게 준비한 국제영화제이다.(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