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봉되어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영화 <공조>(김성훈 감독)가 올 추석을 맞아 돌아왔다. <공조>는 남쪽 형사와 북쪽 형사가 힘을 합쳐 전 세계 경제를 일대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슈퍼노트(위조달러) 제조동판을 둘러싼 범죄를 남북공조로 분쇄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남쪽 경찰은 유해진이, 북쪽 경찰은 현빈이 연기하면서 기존의 ‘이데올로기 알레르기’를 단번에 깨뜨리며 관객을 판타지 속으로 몰아넣어 781만이라는 흥행성공을 이끌었다. 5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1편의 성공 방정식을 답습한다. 물론 흥행성공 영화의 속편답게 판을 확 키운다.
‘공조2:인터내셔날’의 첫 장면은 미국 뉴욕의 공항 격납고이다. 마약 밀거래현장에서 새로운 빌런이 존재감을 드러내다. 달러 뭉치를 손에 들고 흔들더니 “이 돈이 널 살려줄 것 같애?”라며 배신자를 처단한다. 그 순간 들이닥치는 FBI. 총격전이 펼쳐지고 악당 장명준(진선규)은 FBI 요원 잭(다니엘 헤니)에게 붙잡힌다. 기세등등한 FBI의 취조실에 멋있게 나타난 인물은 림철영(현빈)! 종이를 한 장 보여주며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으로 데려가겠다고 선언한다. 북미(혹은 미북) 수교협상 중이기에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미국은 그 악당을 넘겨주는 것이다. 그렇게 공항으로 가는 길에 대단한 총격전이 또 한 차례 펼쳐진다. 폭탄이 터지고, 악당은 연기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공조2’의 화려한 밑그림이 그려진다. '빌런' 장명준은 서울로 들어오고, 다시 한 번 남북공조가 이뤄진다. 그리고 미국 FBI 요원 잭이 이 판에 끼어든다. 물론 대한민국 국정원의 감시- 그래봐야 어설픈 도청-가 시작되고, 거대한 첩보전이 펼쳐진다.
<공조2>는 추석 연휴를 맞아 단박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초고속 흥행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전편의 충실한 속편이다. 잘 생긴 북한군 현빈과 서민(?)적인 남쪽의 유해진이라는 기묘한 결합에 새로운 인물로 다니엘 헤니가 추가된다. 많은 관객들은 ‘윤아’에게 빙의되어 남북공조를 응원하거나, 할 수만 있다면 스크린으로 뛰어들어 돕고 싶을 지경에 이를 것이다.
‘공조’는 조금 특이한 정치영화인 셈이다. 오랫동안 갇혀있던 남북대결 구도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이번 속편에서는 한 걸음 더 전진한다. 남북평화협상과 함께 북미수교가 거론되는 등 훨씬 자유롭고 진전된 세계정세를 그린다. 출처가 의심스러운 거액(마약자금)의 최종 목적지는 ‘수령의 영광’을 위한 상납이 아니라 ‘인민의 배부름’을 위해서란다. 빌런 장명준이 펼치는 복수의 기저는 과거의 악연과 연결된다. 그래서 빌런에게도 현실적인, 일말의 동정의 구석을 갖게 된다. 물론, 여전히 상층부엔 음모론이 존재하고, 국정원은 우스꽝스럽게 다뤄질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시나리오 작업과정에서 살아남거나 추가된 개그 요소가 산재하면서 영화적 스펙터클을 앞지르고 만다. 광수대에서 사이버수사대로 전출된 강진태의 일상은 아기자기하다. ‘일당 백’ 윤아가 “‘소시’적에 잘 나갔어!”라거나, 세르게이를 연기하는 김원해가 카레이스키라는 점에서 “그래서 집도 고려대 근처야.” 같은 개그는 귀엽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을 끌어들여 ‘조선소년단’을 이야기하는 순간 “풋~”하게 된다. 너그럽게 웃어라! 초짜 국정원요원(이민지)은 감청대상에 ‘북에선 흔한 얼굴’, ‘개진상’ 딱지를 붙이며 틈새를 노린다.
무릇, 충무로에서 천만 영화를 뛰어넘는 국민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재미’에 더해 ‘감동코드’가 있어왔다. ‘공조2’는 잔재미에 집중한다. 1편은 절대 악역(김주혁)의 활약과 함께 현빈과 아내의 순애보가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견인했다. 하지만, 이번 2편에서는 윤아가 워낙 강력한 대시 플레이를 펼치면서 로맨스의 무게감이 삼팔선을 넘어가는 풍선 같은 정도가 되어 버린다. 그 덕분에 ‘북에서 흔한’ 현빈과 글로벌한 에티켓의 소유자 다니엘 헤니 사이에서 ‘남남’(남쪽남자) 강태진 형사의 분투가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것이 ’공조‘ 프랜차이즈의 또 다른 기반이다. 결론은? "추석에는 성룡, 아니 코믹이다!"
▶공조2:인터내셔날 ▶감독:이석훈 출연: 현빈(림철영), 유해진(강태진), 윤아(박민영), 다니엘 헤니(잭), 진선규(장면준), 장영남, 박훈, 임성재, 전국환, 전배수, 이해영, 이민지, 김원해, 조달환 ▶2022년 9월 7일 개봉/15세이상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