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광주 금남로의 비극이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비극이 발생한지 37년 만에 또 한 편의 ‘광주영화’가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광주가 다뤄진다. 당시 모든 언론매체가 철저히 봉쇄되었을 때, 푸른 눈의 외국기자가 광주로 잠입한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독일방송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이다. 독일 제1공영방송 ARD-NDR의 도쿄주재 기자였던 그는 한국 광주에서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김포공항으로 날아온다. 그리고, 광주로 향한다. 그를 태운 기사는 “통금 전까지 광주를 갔다 오면 거금(당시 돈 10만원)을 준다”는 이야기에 무작정 나선 송강호 택시운전사.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도, 송강호 기사도 지금 광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그리고, 광주로 가는 길목이 모두 차단되었다는 사실도 모른다. 하지만, ‘기자정신’과 ‘머니’에 필이 꽂힌 두 사람은 기어이 사지로 들어선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올 여름 초기대작 영화 ‘택시운전사’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137분의 영화상영이 끝난 뒤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배우, 그리고 장훈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이어졌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고지전>에 이어 6년만에 <택시운전사>로 돌아온 장훈 감독은 ”오랜만에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돼서 떨리고 긴장된다.“고 말문을 연 뒤 ”1980년대 풍경을 가진 곳이 많지 않아 헌팅팀이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역사재현 영화의 어려움을 밝혔다.
보통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에서는 말미에 당시 동영상 등을 잠시 보여주는 것이 상례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위르겐 힌츠페터의 인터뷰 영상이 잠깐 등장한다. 장훈 감독은 이에 대해 “저희는 힌츠페터 기자의 수상소감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그분의 실화를 베이스로 극화해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그가 김사복에게 하고픈 말은 첫날 뵈었을 때 찍은 영상이다. 그 모습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설명했다.
위르겐 힌츠페터는 광주의 비극을 세계에 제일 먼저 알린 공로로 지난 2003년 송건호언론상을 받았다. 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로 태운 택시기사는 ‘김사복’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여태 그 존재가 드러난 적이 없다. 힌츠페터 기자는 두 번 다시 ‘김사복’ 운전기사를 만나지 못한 채 지난 2016년 독일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1980년의 당시의 광주를 제대로 인식하거나 기억하는 배우는 없었다. 유해진은 “너무 어렸을 때의 일이라 TV로 보는 정도였다. 커가면서 알게 됐다. 그동안 느낀 것도 많지만 오늘 처음 영화로 보면서 많은 걸 알게 되었다. 극화된 부분도 있겠지만 시민 개개인의 숨은 희생이 있었다는 걸 좀 더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강호는 좀더 구체적으로 기억한다. “중2때였다. 라디오에서 ‘폭도들을 진압했다’는 뉴스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 들었던 기분은 ‘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었다. 그만큼 왜곡된 보도와 통제로 인해 눈과 귀를 막았던 시대였다. 촬영을 했다고 해서 그분들의 고통과 비극을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촬영하면서 무거운 마음이었다. 많은 분들의 고귀한 정신들이 조금이나마 진정성 있게 영화로 담아서 많은 분들에게 진실을 알리고자 연기하였다. 많이 부족하지만 마음의 빚이 있었다면 정말 조금 덜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류준열은 이 영화에서 당시 광주시민의 순수한 마음과 그 비극적 최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류준열은 “이 작품에 참여한 것이 감격이고 찍으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같은 마음이다. 여러분도 뜨거운 마음으로 느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