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KBS 독립영화관에서는 박선주 감독의 ‘비밀의 정원’이 시청자를 찾는다. ‘정원’은 극중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까. 보면서 가슴 졸이고, 보고 나서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독립영화이다.
정원(한우연)과 상우(전석호) 부부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행복한 신혼부부이다. 정원은 문화센터 수영강사로 일하고, 상우는 정원의 이모부가 운영하는 목공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곧 이사를 갈 예정이라 집안은 이삿짐을 싼 박스로 어수선하다. 어느 날 정원을 찾는 전화가 걸려온다. 경찰서란다. 10년 전 사건의 범인이 잡혔단다. 조서를 다시 써야할 것 같단다. 정원은 순간 아득해진다. 1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정원이 이모(염혜란)와 이모부(유재명)에 의지존하며, 엄마(오민애)와 동생(정다은)은 만나는 것을 꺼려하는 무슨 사연이 있단 말인가. 남편 상우는 그제야 아내에게 10년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되고, 아내가 겪었을,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이해하려고,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이모도 이모부도. 엄마와 동생도. 하지만 정원의 마음은 무겁다.
10년 전 사건이란 정원이 당한 성폭행사건이다. 경찰은 10년이 걸렸지만 결국 범인을 잡은 것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 시점에 당사자가 겪게 되는 고통과 혼란을 공감이 가게 그린다. 늦게라도 범인이 잡혔으니,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으니 기뻐할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남편에겐 뭐라 말해야할까, 어떻게 이야기해야하나. 영화는 그와 함께 10년 전 사건의 또 다른 면을 전해준다. 정원이 엄마와 동생을 그렇게 대한 것을 십분 이해하게 되고, 어떻게든 정원의 시점에서, 정원의 입장에서 일이 해결되기를 기대하게 된다.
‘비밀의 정원’은 박선주 감독의 장편데뷔작이다. 이 작품은 박 감독이 2년 전 발표한 단편 ‘미열’의 이야기를 확장시킨 것이다. ‘미열’에서는 아기를 키우는 부부에게 걸려온 전화로 평온한 부부 사이를 흔들어놓는다. 9년 전 아내에게 있었던 사건. 영화는 그런 사건도 가벼운 ‘미열’처럼 지나가는 것을 보여준다. 단편 ‘미열’에서 부부로 나왔던 한우연과 전석호가 장편 ‘정원의 비밀’에서 다시 한 번 부부의 연을 맺는다. 두 배우의 열연과 함께 염혜란, 유재명, 정다은 등 주변 인물들이 펼치는 연기가 영화를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만든다.
이 영화의 영어제목은 'WAY BACK HOME(집으로 가는 길)'이다. 영화를 몰입해서 봤다면 정원이 왜 그렇게 고향집으로 가는 것을 주저했는지 이해할 것이고, 결국 ‘집으로 돌아간 것’이 정원의 삶을 평온하게 해줄 것이란 믿음을 갖게 된다. 고향 집 뒷산의 커다란 나무처럼 가족은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야할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며 우크라이나에서의 불행이 생각났다. 사악한 침략군들이 우크라이나의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같은 경우일 것이다. 전쟁이 끝나도, 10년이 지나도 벌을 받을 사람은 받아야할 것이다. ‘너가 잘못한 것이 아니야’라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남편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가족이라면 더더욱 그러해야할 것이다.
박선주 감독의 [비밀의 정원]은 오늘밤 12시 10분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