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겨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영화 [브로커]의 시사회가 지난 3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영화의 무게감’을 증명해 주듯 이날 시사회장은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열렸다.
'브로커'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자신이 낳은 아기를 어딘가 더 좋은 곳에서 자라길 바라며 ‘베이비박스’에 두고 간 산모와 그 아기, 그리고 그 아기를 둘러싼 사람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송강호는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극장에서 처음 인사하게 돼 기쁘다. 관객도, 영화인도 빨리 이런 날이 오길 기다렸다."며 오랜만의 대면 시사회 현장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브로커'로 상업영화 데뷔를 하게 된 이지은은 “이렇게 멋진 선배님들,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어제 칸에 귀국해서 입국할 때부터 많은 분이 환대해주셔서 아직도 얼떨떨하고 설레는 상태다. 많은 분이 좋은 시선으로 영화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처음으로 한국 영화배우와 함께 한국영화를 찍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어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촬영 시작 전에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현장에서도 밀도 있게 소통하고 의견 교환을 했다. 현장에서 송강호 배우가 그날 편집본의 항상 꼼꼼히 봐주셨다. 테이크 차이와 뉘앙스의 차이에 대해 피드백을 많이 해 주었다.“며 ”신뢰를 가지고 불안감을 극복했고, 이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송강호는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당시를 회상하며 “후보에 오른 작품들 가운데 부문별 수상작 관계자에게는 미리 전화를 준다. 그 전화를 기다리는 게 가장 피가 말린다. 호명됐을 때는 지금도 복기가 안 된다. 순간 패닉이 되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패닉 상태가 몇 초 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 먼저 영국 런던에 있는 봉준호 감독과 한국의 김지운 감독에게 문자가 와있더라. 그 뒤로 많은 분이 축하를 해주셨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 감동을 천천히 야금야금 느끼고 싶다"고 말해 장내에 웃음이 일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영화를 출발점을 비교적 소상하게 소개했다. "2013년경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촬영하며 일본의 입양, 양부모 제도에 대해 조사를 많이 했었다. 그때 일본 구마모토현에 아기 우편함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한국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한국이 일본보다 10배 가까운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맡겨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생명에 대한 이야기는 보편적인 주제라고 생각한다. 가치 없는 생명이 어디 있겠는가.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에서 이런 것은 문화의 차이를 넘어 보편적으로 전 세계에 전달되는 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영화를 만든 과정을 소개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이를 베이비 박스에 두는 것에 대한 비판이 어머니에게 향해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상황을 둘러싸고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진정한 책임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영화를 통해 깊이 다루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아기를 버리는 행위는 잔혹하고 차갑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은 갓난아기가 가진 소중함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이야기 풀어가는 방식이 굉장히 따뜻하고 유머도 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점점 더 냉정해지고 오히려 차가워지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냈다"고 영화에 담긴 뜻을 소개했다.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배두나, 이주영이 출연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는 오는 6월 8일 개봉한다.
[사진제공=영화사 집 /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