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막을 내린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던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한국에서 언론시사회를 갖고, 그 실체를 드러냈다. 어제(25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아가씨> 시사회는 박찬욱 감독에 대한 기대, <아가씨>에 대한 호기심으로 객석이 가득찼다.
<아가씨>는 영국 여성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기반으로 배경을 일본과 조선으로 바꿔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기본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이어진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144분의 영화상영이 끝난 뒤 박찬욱 감독과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박찬욱 감독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영화제에 갔다가 상도 못 받고 고배만 마시고 빈손으로 돌아온 박찬욱입니다.”고 말문을 연 박 감독은 “상은 못 받았지만 거의 모든 나라에 수출을 했다.”면서 “감독입장에서는 투자한 분에게 손해만 안 끼쳤으면 하는 마음뿐인데 수출을 많이 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데뷔할 때나 감독초기에는 손님이 많이 들었으면 하는 욕심이 났었는데, 몇 편 만들다보니 내 작품이 오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고전이 되어 100년후에도 시네마떼크에서 상영되는 것까지는 안 바라더라도, 적어도 블루레이로 만들어져서 10년, 20년, 자식세대까지 가끔 봐주는 그런 영화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한 번 봤을 때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매번 볼 때마다 뭔가가 새롭게 발견되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배우 김민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아가씨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가씨의 숨겨져 있던 감정이 드러나는 것, 그것이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가에 대해 고민했고, 매 신(Scene)마다 다른 방법으로 감정을 변주해 나갔다”고 전했으며, 백작 역의 하정우는 서로 속고 속이는 캐릭터의 관계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 “시점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지고, 편집에 따라 다르게 흘러간다. 사실 배우가 시점에 따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과 논의하며 잡았던 전체적인 캐릭터의 컨셉 그대로 끝까지 가져갔다”고 전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아가씨>에는 김민희와 김태리의 수위 높은 동성애 섹스씬이 몇 차례 등장한다. 칸에서도 화제가 되었고, 일부 영화평론가들이 이점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남성의 시각에서 그려진 여자들의 베드씬”이라는 평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박찬욱 감독은 “어떤 장면 때문인지, 어떤 샷을 보고 그러시는지, 어떤 앵글 때문인지, 구체적으로 질문을 했다면.. 대답을 했을 것이다.”라며 씨네필 출신다운, 영화애호가다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박찬욱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벌칸상을 수상한 류성희 미술감독에 대해 “한국인으로서도 최초이지만 미술감독 단독 수상 역시 처음이다. 류성희 미술감독에게 큰 축하를 전하며 함께 작업한 저 역시 뿌듯한 마음이다. <아가씨>는 말 그대로 저택이 다섯 번째 주인공이었다.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목표는 아니었고, 그것을 뛰어 넘어 식민지 시대의 상류 계급, 지식인들의 내면 풍경은 무엇인가, 그것을 시각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 고민의 지점이 벌칸상으로 이어진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는 6월 1일 개봉된다.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