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훈 감독의 ‘암살’은 타율 100%를 자랑하는 흥행 마술사가 ‘대한독립만세’의 심정으로 빚어낸 거대한 파노라마이다. 화려한 캐스팅과 호쾌한 스케일 이면에는 조국 독립을 위해 초개같이 목숨을 던진 무명 독립투사들의 뜨거운 피가 흐른다. 영화는 1933년 경성과 상하이를 배경으로, 친일파 강인국과 일본군 사령관을 처단하려는 암살단의 사투를 그린다.
안옥윤(전지현), 속사포(조진웅), 황덕삼(최덕문)으로 구성된 암살단은 태극기 앞에서 사진 한 장을 남긴 채 죽음의 구덩이로 뛰어든다. 이들의 발걸음을 가로막는 것은 일본군만이 아니다. 임시정부 내부의 밀정 염석진(이정재)과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 얽히며 영화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최동훈 감독은 특유의 장르적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한동안 맥이 끊겼던 독립군 서사를 충무로 메이저 무대로 화려하게 복귀시켰다.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 ‘암살’이 숙연한 울림을 주는 지점은 뒤틀린 현대사의 과오를 정면으로 응시하기 때문이다. 해방 후 반민특위 재판장에서 보여주는 염석진의 뻔뻔한 행보는 민족정기가 바로 서지 못한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독립운동가들은 잊히고 친일파의 후손들이 주류가 된 현실을 영화는 1949년의 법정 드라마를 통해 신랄하게 꼬집는다.
영화 속 낭만파 킬러 영감(오달수)이 남긴 “우리 잊지 마”라는 대사는 관객의 가슴을 때린다. 이는 단순히 3천 불짜리 농담이 아니라, 역사의 부채를 안고 사는 후손들에게 던지는 뼈아픈 일침이다. 이름 없는 투사들이 꿈꿨던 독립의 조국에서 우리가 누리는 오늘이 누구의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 영화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막을 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