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의 <명량>은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대함대를 물리친 '명량대첩'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누명을 쓰고 고초를 겪은 뒤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이순신(최민식)이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떠는 백성들을 이끌고 불가능에 가까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압도적인 스케일로 담아냈다. 2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해상 전투 신은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긴박하고 처절한 사투를 스크린에 구현했다.
영화는 거북선이라는 하드웨어 대신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고뇌와 지략, 그리고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정신에 집중한다. 최민식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성웅(聖雄) 이순신의 고독한 결단력과 백성을 향한 깊은 의리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울돌목의 험난한 물살과 판옥선의 구조적 이점, 화포의 화력을 극대화한 전술적 묘사는 관객에게 장르적 카타르시스와 함께 역사적 자긍심을 동시에 안겨준다.
단순한 전쟁 영화를 넘어, 진정한 리더십의 본질을 묻는 이 작품은 "장수의 충(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명대사를 통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게 한다. 할리우드의 만화적인 해전과는 궤를 달리하는 절박함과 숭고미를 갖춘 <명량>은, 개봉 당시 한국 영화사상 초유의 흥행 기록을 세우며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역사 속 이순신의 영혼을 스크린으로 소환해낸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정점이다. (박재환.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