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린>은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 즉위 초기에 발생한 '정유역변(1777년 7월 28일 정조 암살 미수 사건)'을 바탕으로, 왕을 암살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들의 긴박한 24시간을 그린 사극이다. 군사력을 쥔 노론 세력과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한지민)의 위협 속에서, 정조(현빈)는 자신의 침전인 존현각까지 침입한 자객들과 맞서며 왕권 수호를 향한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철저한 고증과 영화적 상상력을 결합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실제 인물들인 구선복, 월혜, 복빙 등을 시나리오에 배치하여 실화의 무게감을 더했으며, 현빈은 문무에 능했던 정조의 고뇌와 강인함을 묵직한 연기로 소화해냈다. 특히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중용> 23장의 메시지를 영화의 핵심 철학으로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작품은 정조뿐만 아니라 그를 보필하는 내시 상책(정재영), 치명적인 살수(조정석), 암살의 배후 광백(조재현) 등 다양한 인물들의 전사를 촘촘히 엮어낸다. 비가 쏟아지는 존현각에서의 마지막 액션 시퀀스는 화려한 미장센을 선보이며, 권력의 암투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정조의 '역린'이 무엇인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알려진 역사적 결과를 넘어서기 위해 인물 간의 갈등 구조를 극대화한 대작 사극이다. (박재환.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