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스 스틸 ⓒ(주)홈초이스, 미디어소프트, (주)뮤제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체 누가 나서서 그 액수를 정하죠?"
영화 '워스'(감독 사라 코랑겔로)는 9.11 테러 피해자 보상 기금 운영을 맡게 된 협상 전문 변호사 켄(마이클 키튼 분)은 데드라인 안에 80퍼센트의 유족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보상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은 9.11 테러로 인해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이유이자 목숨과도 같은 사람들을 떠나보낸 이들의 아픔은 무엇으로도 치유될 수 없다는 사실이 절절히 느껴지는 장면이다. 이는 작품 전반적으로 지속되는 신들이기도 하다. '워스'는 계속해서 남겨진 자들의 시선과 증언을 부단히 조명한다.
주인공인 켄은 강의에서도 목숨을 수치로 이야기하는 인물이다. 9.11 테러 피해자 보상 기금의 운영을 맡게 된 그는 여러 가지 자료와 수치를 바탕으로 보상금 산출 공식을 작성한다. 하지만 어떠한 전례조차 없었던 상황 속에서 그는 온갖 비난의 표적이 되어 혼란스러워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재난을 마주하지만 사람이길 포기한 이기적인 인간들의 군상 또한 불쾌할 만큼 포착된다. 똑같은 보상금임에도 오히려 굶주린 늑대 떼처럼 달려들어 더 많은 돈을 받길 원하는 부유층, 반대로 평소 그런 액수의 금액을 손에 쥐어본 적 없기에 감사해 하는 빈곤층 피해자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영화 워스 스틸 ⓒ(주)홈초이스, 미디어소프트, (주)뮤제엔터테인먼트 제공
작품 초반부에서 귀가한 켄이 집에 와서 듣는 알프레도 카탈리니의 오페라 '라 왈리'는 주인공인 왈리가 자신이 사랑하던 상대인 하겐바흐가 죽자 그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내용이 담긴 작품이다. 이는 소중한 이를 잃었던 이들의 절절한 심정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상황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고 이해할리 만무한 켄은 '라 왈리'를 무덤덤하게 들었던 태도처럼 공청회에서도 공감성이 떨어지는 발언을 쏟아낸다. 그는 그 공청회에서 9.11테러로 아내를 잃은 찰스 울프(스탠리 투치 분)를 만난다. 그는 켄의 산출 공식에 대해 불쾌한 입장을 드러내는 편이었고 펀드에 반대하는 '픽스 더 펀드'를 설립한다. 두 인물은 작품이 흘러가는 동안 대치하며 '목숨의 값'에 대해 논쟁하게 된다.
영화 워스 스틸 ⓒ(주)홈초이스, 미디어소프트, (주)뮤제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워스'는 목숨의 값이라는, 그 누구도 산정할 수 없는 수치를 중심으로 인간이 지닌 끝없는 이기심의 마찰에 대해 다룬다. 남의 팔이 잘린 아픔보다 자신의 손가락이 베인 아픔이 더 큰 것이 현실인 이 세상에서 목숨의 값을 산정해야만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현실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비극을 다룬다고 하여 비극적인 결과만 이야기하는 작품은 아니다. 자신이 당하지 않은 일임에도 많은 이들의 증언을 목도하며 한 인간으로서 힘겨워하는 카밀을 비롯한 변호사 팀의 인간적인 모습은 재난을 마주했을 때 이기심이 아닌 연민을 먼저 내보이고 연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영화 워스 스틸 ⓒ(주)홈초이스, 미디어소프트, (주)뮤제엔터테인먼트 제공
더불어 작품이 흘러갈수록 변화하는 켄의 태도 또한 의미 깊다. 켄이 이전에 듣던 오페라를 다시 편한 마음으로 들을 수 없는 모습은 그가 생각했던 목숨의 값에 대한 가치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추측하게 만든다. 이러한 모습은 어떠한 국가적인 비극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국가적인 상실의 슬픔 앞에 우리는 공감을 넘어 불편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불편한 마음은 우리를 일으키고,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동하게 한다. 더불어 비슷한 사태가 다시 일어나더라도 그로 인해 상실을 겪은 이들을 가슴 깊이 위로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만들 수 있게 만든다. 어쩌면 진정한 목숨의 값은 돈으로 환산하는 수치가 아닌, 그 비극을 통해 우리가 배우는 교훈일지도 모른다. 7월 21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