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는 삶에 대항하는 주체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영화 '오필리아'(감독 클레어 맥카시)는 이러한 삶의 태도를 영화에 접목시킨 사례다. '오필리아'는 현명함과 자유로움을 지닌 왕실의 시녀 오필리아(데이지 리들리 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랑과 암투에 대해 다루고 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오필리아는 현명하고 지적인 인물이자 당찬 성격 또한 지니고 있다. 왕실 내에서 갖은 시련을 겪지만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다른 시녀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의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더불어 왕실에서 왕비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으며 강인한 한 명의 성인으로 성장한다. 그렇게 왕실의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오필리아에게 반한 왕자 햄릿(조지 맥케이 분)은 그에게 접근하지만 그러던 중 선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왕국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햄릿'은 흔히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라고 불리는 작품들 중 하나다. 햄릿의 우유부단함이라는, 성격적 결함으로 인해 벌어지는 고통스러운 서사가 담긴 마스터피스로 현대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고구마 지수가 꽤 높은 작품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 오필리아는 수동적인 인물이다. 우유부단한 햄릿을 사랑하게 되며 온갖 고난을 겪게 되며, 남성의 보호 없이 생존할 수 없었던 인물이다. 오필리아의 말로 또한 좋지 않다. 말미에는 배신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광인으로 변하고 물에 빠져 죽음을 맞이한다. 이 소식 또한 타인의 입을 향해 전해질 정도다. 그만큼 오필리아는 조연에 그치지 않는 정도의 역할을 부여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영화 '오필리아'에서의 활약은 다르다. 원작과 다른 오필리아의 모습, 수동적인 오필리아에서 능동적인 오필리아로 거듭난 부분들이 드러난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오필리아는 용기 있고, 주체적인 결단을 내린다. 이는 작품 초중반부에서 여성들에 대해 단정하는 햄릿에게 사랑 앞에 약해지는 것은 여성으로서의 특성이 아니라고 일갈하는 부분에서도 드러나는 성향이다.
더불어 거트루드 또한 수동적이고 나약한 성향을 지닌 원작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주체적으로 이행하고 단단하고 곧은 심지로 적을 향해 돌진한다. 작품 후반부까지 극의 중심에서 서사의 중요한 전개를 담당하며 어머니로서의 모정 또한 단단하게 표출해낸다. 이렇게 궁 내에서 만나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오필리아와 거트루드, 두 여성의 서사는 '오필리아'의 전개를 이끌어가는 핵심 원동력이다.
그중에서도 오필리아가 햄릿에게 "잘 가요, 내 사랑"이라고 고한 뒤 햄릿은 레어티즈와의 결투로, 오필리아는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과정이 담긴 신은 단연 인상 깊다. 벽을 사이에 두고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지만 전혀 다른 결말로 가는 모습이 교차하는 신은 인생에서 각자의 선택을 통해 각자의 비극과, 희극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사람을 삶을 살아가며 다양한 가치와 맞부딪히게 되고 끝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원작 '햄릿'의 명대사처럼,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기로 앞에서 '살기'로 선택한 우리는 삶에 지지 않고 주체적으로 선택해나가야 한다. 영화 '오필리아'는 그럴 수만 있다면 자신만의, 최소한의 희극 정도는 찾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7월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