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은 공포 영화가 아니다. 공포 그 자체다. 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은 무당의 후손인 님(싸와니 우툼마 분)이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 분)의 기이한 행동을 보게 되고 관찰하게 되고 이 현상들을 촬영팀이 담아내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곡성'의 나홍진 감독, 그리고 '셔터'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합작으로 호러 세계관 최강자의 조합이라며 이미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랑종'에 비해 '곡성'은 가족 코미디 영화고 '추격자'는 "나 잡아 봐라~"에 그치는 정도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과장이 어딨냐 묻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말 그대로다. 2시간을 넘어가는 러닝 타임이지만 지루하거나 잠을 자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고 고문을 당하는 것 같은 트라우마를 안기는 작품이다.
정적인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는 초반부를 믿고 "생각보다 괜찮은데?"라고 느꼈다면 그것이 착각임을 얼마 지나지 않아 느낄 것이다. 정말 놀라면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라 숨을 멈추고 흐느끼게 된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된다. '억! 흐흐흑흑'이라며 극장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관객들의 적절한 추임새와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랑종'은 샤머니즘을 골자로 하고 있으나 그 외의 파격적인 주제와 장면들이 쉴 새 없이 튀어나와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관객들로 하여금 "샤머니즘이고 뭐고 알겠으니 제발 이젠 좀 그만해"라고 빌게 만든다.
관객들의 치를 떨게 만드는 이 서사는 반종 감독의 준비된 자세로 인해 탄생했는데 '랑종'에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극한의 공포를 유발하는 모든 장치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마련되어 있다. '네가 뭘 무서워할지 몰라서 다 넣어봤어'의 정석인 예랄까. 정말 기특해야 마땅한 유비무환의 자세가 괘씸하기 그지없는 사례다.
CCTV의 관점에서 보는 퇴마 의식 전 밍의 기이한 행동들, 어둠 속에서 꺼내는 카메라를 시점으로 따라가는 신 등 안 놀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의 기괴한 장면들이 연출된다. 점프 스케어를 떠나 이러한 장면들은 꾸준히 지속되며 관객들의 심장을 조여온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중반부의 난이도 낮은 장면들에서 공포스러워했던 나 자신을 고찰하게 되는 수준까지 가게 된다.
나홍진 감독을 자신의 아이돌이라 표현했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작품이라 그런지, 어느 정도 '곡성'과 비슷한 지점이 표현되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 포착되는 기괴한 형상이나 형태가 나타나는 장면도 그렇고, 특히 샤머니즘 호러의 가장 큰 성공 여부라고도 볼 수 있는 빙의체의 경우 '곡성'에서 "뭐시 중헌디"를 박력 있게 외치던 배우 김환희의 명맥을 잇는 밍 역의 배우 나릴야 군몽콘켓의 연기가 압권이다.
다만 젊은 20대 여성이 빙의체가 되는 설정 아래 '곡성'에선 등장할 수도 없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곡성'의 서사처럼 악귀에 빙의가 되면 오만 가지 욕구에 사로잡히는 듯하다. '곡성'은 어린아이가 식욕이 넘쳐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정도에 그쳤다면 '랑종'은 이에 성욕을 추가한다. 하지만 이 성욕의 발산에 있어 여성 주인공은 전혀 주체적인 입장이 아니며 이후 심신미약 상태인 자신이 한 행동들에 대해 인식하고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신은 불쾌함의 선을 정말 제대로 넘는다. 정말 이 영화는 중간 따위 없다. 적정의 선과 타협하지도 않고 극한으로 치닫는다.
그렇다. '랑종'은 선을 '제대로' 넘는다. 기자간담회에서 조언을 해주던 나홍진 감독이 "나는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을) 말렸다"고 할 정도니, 그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대충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이 영화가 상영 불가가 되지 않고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 신기할 정도다.
혹여나 여름밤의 무더위를 단순히 식히겠다는 취지로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강력한 자제를 권고한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도 귀에는 흐느낌의 이명이, 마음에는 앙금처럼 끝없이 가라앉는 불쾌함이 남는 작품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갔다가는 절대 '랑종'을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7월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