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요한슨의 '블랙 위도우'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아이언맨' 시리즈에 등장했던 블랙 위도우는 남성 주인공의 임무를 뒷받침하는 존재로 그려졌지만 이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그리고 '어벤져스' 시리즈의 종착역까지 등장한 그는 훌륭한 리더십과 단결력으로 어벤져스의 지지대로 우뚝 섰다. 

많은 팬들이 기다려왔던 블랙 위도우의 솔로 무비에서도 그는 여전히 세상의 매서운 편견에도 굴하지 않는 당당한 태도로 빌런을 처치해나간다.

영화 '블랙 위도우'(감독 케이트 쇼트랜드)는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 분)가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레드룸의 어두운 음모와 실체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레드룸의 세뇌로 인해 자신의 의지를 잃은 채 임무를 수행하던 레드룸의 요원들을 위해 나타샤, 그리고 그의 동생 옐레나(플로렌스 퓨 분)와 힘을 합쳐 거대한 세력을 파괴하고자 한다.

영화 '블랙 위도우'는 나약함 속에서 강인함을 발견하는 인물들의 서사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과거로 인해 고통 받던 나타샤, 옐레나를 비롯해 함께 싸워온 레드룸 요원들은 누구보다도 강인하지만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어떤 존재로 인해 혼란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상대의 능력을 복제하는 빌런 '태스크마스터'에 맞서는 과정까지 더해져 그들의 여정은 더욱 고난의 길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물들에도 불구하고 '블랙 위도우'는 '가짜 속의 진짜'가 지닌 가치를 찾아낸다. 피로 이어진 가족이 아닌 미션으로 만난 가족,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지구 곳곳의 아이들이 모여 구성된 레드룸 요원들. 이는 모두 가짜임에도 나타샤에게 진짜 같은 소중한 존재들이다. 

나타샤가 어린 시절 선물들이 빈 상자인 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열어보며 진짜 가족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봤던 기분을 회상하는 모습에서 그가 소중한 존재들을 대하는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동질감, 연민, 그리고 사랑을 느껴왔던 존재들로 인해 지금의 강인한 나타샤가 만들어졌음을, 그가 자유 의지를 지닌 한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음을 드러낸다.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케이트 쇼트랜드 감독은 '블랙 위도우'가 본인의 인생을 살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살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라 설명했다. 감독의 말처럼, '블랙 위도우'는 나타샤의 여정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한다. 나타샤가 진짜 가족에게서 강제로 떨어져 가짜 가족을 만난 것도, 레드룸의 요원이 되는 것도, 그 과정에서 임신을 할 수 없도록 강제로 수술을 받은 것도 그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그 속에서도 나타샤는 자신의 의지로 삶을 다져나간다.

그 끝에서 나타샤는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 된다.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용기를 얻고 상대방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연대하는 따뜻한 리더십을 지니게 된다. 이것은 성별의 경계를 떠나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고, 메시지다. 우리는 선택하지 않은 삶 속에서도 선택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7월 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