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JIFF) 국제경쟁부문에 출품된 일본 오가와 사라(小川紗良) 감독의 영화 <해변의 금붕어>(원제:海邊の金魚)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지금 현재 일본 사회의 한 면을 엿볼 수 있는 ‘유사가족’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는 지금 위탁시설에서 살고 있다. ‘고아원’ 같은 커다란 건물은 아니지만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이 꽤 많이 모여 사는 위탁가족 집 같다. 아주 어릴 때 이곳에 와서 이제 18살이 된 하나는 시설을 떠날 때가 되었다. 그동안 정이 든 이 곳에서 아저씨와 함께 어린 아이들을 돌보며 잘 살아간다. 어느 날 8살 하루미가 새로 들어온다.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언젠가 부모가 찾아와서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 하루미를 바라보며 자신의 과거가 떠오른다. 그런데 하루미의 몸에 난 상처, 흉터를 보고서는 하루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짐작하게 된다. 하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하루미를 보호하고 싶다. 그것은 하나가 10년 동안 체득한 또 다른 본능인지 모른다.
<해변의 금붕어>는 배우로 활동하던 오가와 사라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가와 사라가 배우로 출연했던 <열 다섯의 순수>는 18회 JIFF(2017년) 때 상영되었었다. 고교시절부터 영상작업에 흥미를 가졌던 그는 와세다 대학에 진학한 후 운 좋게 고레에라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강의를 들을 수 있었단다. 고레에다 감독은 <해변의 금붕어> 시나리오를 보고 의견과 함께 아역 연기에 대한 조언도 해주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촬영은 <아무도 모른다>의 야마사키 유타카가 맡았다.
하나는 위탁시설에서 자라면서 악몽 같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잊기 위해 작은 어항 속 금붕어를 자주 쳐다본다. 금붕어는 하나뿐만 아니라 하루미에게도 의미가 있다. 작은 어항에 갇힌 금붕어에 왜 집착하는지. 영화 마지막에 하나는 어항 속 금붕어를 바다에 풀어준다. 이 장면은 많은 것을 의미할 것이다. 금붕어는 바다에서 살 수 없다. 그건 감독도 알고, 하나도 알고, 관객도 알 것이다. 하지만, 그 진짜 이유는 어쩌면 하나만이 알고 있을 것 같다.
오가와 사라는 <해변의 금붕어>와 함께 몇 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도 곧 출간할 것이라고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곳은 감독의 어머니 고향이란다. 가고시마현 아쿠네(阿久根市)시란다. 하루미를 연기한 아역(하나타 루나)도 이 동네에서 뽑은 아이란다.
잔잔한 이야기지만 당사자들에겐, 특히 아이들에겐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안겨주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성장하길 바랄 뿐이다. 금붕어가 되지 말았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