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죽음 같아도 숨이 붙어 있는 순간까지는 멀쩡한 척해야 하는 거야."
영화 '슈퍼노바'(감독 해리 맥퀸)는 오랜 시간 서로의 구세주이자 사랑하는 연인이었던 샘(콜린 퍼스 분)과 터스커(스탠리 투치 분)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와 그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샘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행이 진행될수록 그들은 갈등으로 인해 부딪히게 된다.
작품은 초반부, 행복한 둘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하지만 그 행복한 모습도 잠시 터스커가 기억을 잃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두 사람 사이의 일상은 점차 무너져간다. 여행 중간에 터스커를 잃어버린 샘이 차를 몰고 그를 찾아나선 뒤 낯선 사람의 차 앞에서 그가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목격하며 마음 아파하는 장면이 그렇다.
병으로 인해 두 사람 사이에 생긴 균열은 점차 그들의 진심까지도 갉아먹는다. 약을 먹지 않기로 한 터스커의 결정을 샘은 용납하지 못하고 터스커는 "난 짐처럼 매달려 가잖아"라며 병에 걸린 자신을 자책한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일을 가지고 자신들의 잘못인 것처럼 치부하는 이들은 서로를 향한 사랑에도 둘 사이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
이 작품의 주역은 당연히 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다.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매 신에서 감탄사를 유발한다. 작품 속에는 그들이 트럭 안에서 말싸움을 하는 신,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면서 썰렁한 유머를 던지는 장면 등 '이것이야말로 생활 연기'라는 찬사가 저절로 흘러나오는 신들이 등장한다. 무심한 듯 서로를 챙기는 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의 연기는 오히려 당장이라도 서로를 향해 불타오를 듯한 열렬한 연인보다 더욱 무한한 사랑이 느껴지게 만든다.
더불어 그들의 신과 교차되는 자연 경관과 그로부터 나온 영상미는 관객들의 마음에 울림을 전한다. 이 장면들은 마치 사계절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보게 되는 우리의 일생 같기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지는 우리의 가치와 내면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 '슈퍼노바'는 삶과 죽음, 상반되지만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는 두 주제가 담겨 있다. 어찌할 수 없는 삶의 섭리 앞에 무력하게 놓여진 연인의 서사를 통해 우리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슈퍼노바'의 모습은 인생과도 같다. 어떠한 삶이든 겉으로는 판단할 수 없고, 그 삶이 가장 빛나고 있을 때가 때론 가장 죽음에 가까워지는 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퍼노바'의 두 주인공은 그 과정에서도 누구보다도 가장 열렬히 서로를 갈망한다. 이별 앞에서도 최선을 다해 사랑을 이어나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우주의,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 죽음은 영원하고, 사랑은 무한하다. 5월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