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와 외교의 핵심 파트너인 중국이지만, 대중문화 측면에서 중국 콘텐츠는 여전히 비주류에 머물고 있다. 이런 시기에 개봉한 영화 <시절인연>은 급변하는 중국 영화계의 트렌드와 산업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영화는 재벌 애인의 아이를 원정 출산하러 시애틀로 날아온 도도한 중국 여성 쟈쟈(탕웨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돈을 물 쓰듯 쓰던 그녀는 애인의 파산으로 홀로 남겨진 뒤, 현지 조력자 프랭크를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다. 줄거리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르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한 로맨스를 갈망하는 중국 대중의 욕망과 할리우드 고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정서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영리한 기획이 돋보인다.
산업적 측면에서 이 영화의 성공은 놀랍다. 2013년 중국 개봉 당시 약 87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 8위를 기록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억 위안이 '대박'의 기준이었던 중국 시장에서 이제는 10억 위안 클럽이 등장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할리우드가 시나리오를 친(親)중국적으로 수정하고 한국 영화계가 중국 진출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이 숫자에 담겨 있다.
제작자 쟝쯔창과 여성 감독 슈에샤오루는 중국 관객의 입맛에 맞춘 세련된 영상미로 '베이징이 시애틀을 만나는' 과정을 그려냈다. 비록 한국 내 상영관 확보는 여전히 어려운 현실이지만, <색, 계>와 <만추>로 친숙한 탕웨이의 호방한 연기를 통해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진화하는 중국 영화의 현재를 읽어내는 즐거움은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