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너 뭐, 혼자 있기 싫다며."
가끔 모르는 이에게 가장 큰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지금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기까지 어떤 터널을 지나왔으며 어떤 빛과 암흑을 건넜는지 모르는 타인이지만 누구보다도 큰 동질감을 느낄 때도 있다.
영화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은 서로를 모르지만 누구보다도 가장 가깝게 느끼게 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울에서 양 사장과 결탁해 자신의 복수를 한 후 제주도로 떠나온 태구(엄태구 분)가 그를 데리러 온 재연(전여빈 분)을 만나게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로의 텅 빈 눈에서 무언가를 느낀 그들은 처음에는 갈등을 겪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며 서로의 처지에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시간도 잠시, 태구를 제주도로 피신시킨 양 사장(박호산 분)은 기회를 노려 북성파를 공격하지만 실패로 끝나고 결국 마 이사(차승원 분)의 표적이 된다. 마이사는 양 사장을 협박하고 겁에 질린 양 사장은 태구를 비롯한 자신들의 모든 부하를 팔아넘긴다.그렇게 험한 이들의 추격을 받는 태구와 재연은 결국 벼랑 끝에서 자신만의 선택을 내리게 된다.
영화 '낙원의 밤'은 누아르지만 암흑의, 팍팍한 서사만 담지 않아 인상 깊다. 특히 극이 전개되며 태구와 재연 사이에 오가는 몽글몽글한 대사들은 제주도의 환상적인 풍경과 겹쳐져 달콤한 감상을 준다.
더불어 마 이사 역을 맡은 차승원의 코미디와 호러를 오가는 연기는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박훈정 감독의 위트가 담긴 대사와 차승원의 능청스러운 연기력이 만나 차승원 표 빌런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낙원의 밤'은 짧은 시간 동안 가까워진 두 주인공이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의 기억 속에 있었던 고독했던 순간들을 상기시킨다.
영화는 비극의 연속이지만 관객들에게는 희망적인 미래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믿게 한다. 그들이 함께한 그 모든 순간이 절대 외롭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4월 9일 넷플릭스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