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언제나 불편한 곳에 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무관심의 영역에 두면 안 되는 주제임을 알면서도 마음이 따끔거리지 않기 위해, 행동하지 않는 자신을 비호할 핑계를 챙기기 위해 불편한 풍경을 외면한다.
하지만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는 어른들이 외면하는 아이들의 일그러진 서사를 담아낸 작품이다. 전작 '박화영'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환 감독은 다시금 10대들의 삶을 한 데 모았다. 임신과 낙태, 성착취, 가출, 학교 폭력 등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청소년들의 문제를 다뤘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주인공 세진(이유미 분)은 그는 선생님과 교제하며 성관계를 통해 임신을 하게 된다. 그는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지쳐 거리를 떠돌던 중 같은 처지였던 주영(안희연 분)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어 위기의 순간 나타난 오토바이 일당들과 함께 가출 패밀리를 구성하게 된다.
세진은 낙태하는 돈을 모으기 위해 가출 패밀리와 여러 가지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게 된다. 신약 실험에 참가하게 된 그는 재필(이환 분)이 훔친 정체불명의 약을 억지로 삼키지만 낙태에 실패한다. 정처 없이 곳곳을 떠도는 그들은 마약까지 하게 되고 그러다 잠에서 깬 세진은 아이들을 깨워 자신을 계단에서 밀어달라고 부탁한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어른들의 사각지대에 머무는 아이들의 삶이 담겨 있다. 어른들이 외면한 불편한 풍경 속에서 스스로 가속력을 붙여 벼랑 끝을 향하는 세진의 모습은 처참하기만 하다. 그에게는 '보호소'라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돕는다고 말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돕고 있지 않다. 어린 소녀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려고 하거나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그는 잘못된 가치관을 쌓아나간다.
물론 영화에는 아쉬운 점들이 존재한다. 세진과 주영이 어떻게 유대감을 쌓게 되었는지, 작품 중반부에서 재필이 왜 심경의 변화를 겪었는지에 관한 개연성이 부족하다.
또한 마냥 처참하고 폭력적인 상황을 전시하는 듯한 장면들이 많아 오히려 주인공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공감하기 힘들어진다. 특히 세진이 겪는 일련의 파격적인 사건들을 비추는 신들은 과도하게 호흡이 길어 관객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배우 이유미, 안희연의 실감 나는 열연과 우리들이 보지 못했던 부분을 조명하려 했던 시도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진실은 불편하니 외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람들의 핑계를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