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수'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존재, 고질라와 킹콩이 붙는다면 누가 승리할까. 어릴 적 이러한 무모한 상상력이 담긴 대결에 한 번쯤은 호기심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우리의 어릴 적 염원을 실제로 스크린에 구현한 작품이 나타났다.
'고질라 VS. 콩'(감독 애덤 윈가드)은 스컬 아일랜드를 떠나 인간들의 보호 관찰을 받고 있는 콩과 인류에게 등을 돌린 고질라의 대결을 담고 있다. 지구 안의 또 다른 지구인 할로우 어스의 에너지원을 찾아야만 인류가 안전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모험대를 꾸려 콩과 함께 떠나는 네이선(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분)과 에너지원에 숨겨진 음모를 밝히려는 매디슨(밀리 바비 브라운 분)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당연 컴퓨터 그래픽이다. 작품의 CG 수준이 워낙 훌륭해 두 괴수의 대결이 매우 웅장하게 느껴진다. 고질라, 킹콩을 비롯해 무서운 괴수들의 존재를 이것 저것 넣어본 시도가 자칫 과할 수도 있으나 이 작품은 지루함을 극복하고 흥미로운 대결 서사를 구축한다.
하지만 훌륭한 비주얼에 비해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먼저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방식이다. 괴수들의 서사에 비해 주인공들의 과거나 현재의 이야기는 꽤 빈약하다. 형제를 잃은 네이선이나 부족의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키워온 아일린 등 주요 인물들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부족해 공감대와 집중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또한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의 스타 밀리 바비 브라운,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리틀 드러머 걸'의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더 디너'의 레베카 홀 등 엄청난 연기파 배우들을 대거 투입했음에도 작품의 전개에 흥미롭게 배치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심지어 세리자와 렌 역을 맡은 일본의 톱배우 오구리 슌은 대사가 다섯 마디도 안 되어 탄식을 자아낸다.
심도 있는 이야기와 깊은 메시지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으나 스릴 넘치는 순간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괴수 영화로서의 작품성은 나쁘지 않다.
한편, '고질라 VS. 콩'은 12세 관람가로 오는 3월 25일 개봉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