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서로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미래가 온다면 어떨까. 서로를 향한 진심은 물론, 삐딱한 편견, 불손한 언행들이 모조리 울려 퍼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는 대신 융화되어 살아갈 수 있을까.
'카오스 워킹'(감독 더그 라이만)은 모든 생각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노이즈에 감염된 세상인 뉴 월드에 살아가는 토드(톰 홀랜드)는 뉴 월드에 불시착한 소녀 바이올라(데이지 리들리)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남자들로 가득한 뉴 월드에 살아가는 토드는 처음 본 여성의 존재에 당황하게 되지만 남자 주민들에게 쫓기는 그를 숨겨주며 뉴 월드를 탈출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들을 쫓는 뉴 월드의 통치자 데이비드(매즈 미켈슨 분)는 집요하게 공격하고, 결국 토드의 가족까지 위협하게 된다. 연이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토드와 바이올라는 여정을 통해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주인공 토드는 남성들의 사회에서 나고 자란 소년이다. 다른 남성에 비해 약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상실의 아픔에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그는 "남자처럼 굴어"라는 말을 되뇌며 자신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감정을 절제한다. 그러던 중 그가 처음 마주한 여성이라는 존재는 그에게 혼란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바이올라는 그가 여태껏 쌓아온 편견을 무너뜨리는 존재다. 우리는 모두 '남자다워야' 혹은 '여자다워야'한다는 편견에서 자유로운 인물이다. 또한 토드가 바이올라와 함께 자신의 어머니가 살해당한 이유를 파헤치게 되고 자신이 자라난 남성 중심의 사회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가로지르는 편견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비록 이 작품 속에는 많은 의미를 넣으려다 개연성이 없어진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예로 목사 아론(데이빗 오예로워 분)이라는 인물을 들 수 있다. '여자는 약한 존재'라고 말하며 죄인이라 일컫더니 미친 사람처럼 토드와 바이올라를 위협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른다. 일부 종교인들이 언급하는 여성과 남성의 역할에 관해 지적하려는 시도처럼 보이나 서사를 다소 혼란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카오스 워킹'은 현 사회에서 중요한 질문 중 하나를 던진다. 우리의 가장 위협적인 적은 사람인가, 편견인가.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 혹은 인종이나 경제적 환경과도 같은 기준이 편견으로 자라나 우리를 잠식하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타파하고 새로운 미래로 함께 걸어나갈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KBS미디어 정지은)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