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연휴를 앞두고 한국 극장은 대작 개봉으로 붐비지만, 그 틈새에 한 편의 이색적인 홍콩 영화가 조용히 상영을 시작했다. 팽호상(彭浩翔) 감독의 〈드림 홈〉이다. 2010년 홍콩에서 공개된 이 작품은 꽤 늦게 국내에 도착했지만, 홍콩 사회를 거침없이 해부하는 독특한 충격작이다. 노골적인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 아래에는 그보다 더 뜨겁고 현실적인 지옥 ― ‘내 집 마련의 꿈’ ― 이 도사린다.
영화의 원제는 〈維多利亞壹號〉, 즉 ‘빅토리아 1호’다. 빅토리아 하버를 바라보는 초고층 아파트, 그 황홀한 조망이 곧 사회적 성공의 상징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집값과 부동산 투기 속에서 홍콩의 서민들은 그 꿈을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다. 영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그 절망을 응시한다.
금융회사 상담원 정려상(鄭麗嫦, 조시 호)은 빅토리아 하버가 보이는 아파트를 갖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그러나 병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보험금조차 집값 상승 속에 무의미해질 때 그녀는 마지막 수단으로 ‘집값을 떨어뜨릴 방법’을 찾아낸다. 영화는 그 계획이 실현되는 과정을 한 여성이 차디찬 살인자로 변모하는 스릴러로 그린다.
〈드림 홈〉은 2009년 완성되었으나 제작상의 문제로 이듬해 개봉했다.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인 조시 호(何超儀)는 감독 팽호상과 표현 수위를 놓고 법정 공방까지 벌였다. 팽호상이 ‘현실적인 잔혹함’을 원했다면, 호는 ‘더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표현’을 원했다. 결국 영화는 ‘Category III’ 등급(그 유명한 ‘팔선반점의 인육만두’와 동급)으로 개봉되었고, 일부 해외 시사회에서 관객들이 구토하거나 기절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분류상으로는 고어 혹은 슬래셔 장르에 속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사회학적 비유에 있다. 홍콩의 부동산 시장이 사람을 어떻게 미치게 만드는가를, 피와 아스팔트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한 여성의 살육은 단순한 미친 범죄가 아니라 자본의 폭력에 내몰린 비극의 초상이다.
배우 조시 호는 홍콩 마카오의 대부호 스탠리 호의 딸로, 배우이자 가수로 활동해왔다. 그녀가 ‘집 한 채를 위해 살인하는 여성’을 연기하며, 영화는 한층 역설적인 울림을 남긴다.
〈드림 홈〉은 피로 쓴 부동산 풍자극이다. 홍콩의 초고층 아파트는 여전히 찬란하지만, 그 불빛 아래에는 서민의 절규가 깔려 있다. 이 영화는 부동산호러이자, 샐러리맨의 악몽을 담고 있지만, 표현은 하드고어이다. 관람에 주의가 필요하다. 끔찍할 정도이다. 보고 나면 ‘홍콩 빅토리아만의 빌딩’이 달리 보일지 모른다.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