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사진관
중국의 역사도시 난징은 중일전쟁 당시 인류사 최악의 비극인 '난징대학살'이 벌어진 현장이다. 영화 <난징사진관>은 1937년 12월, 일본군이 난징을 점령하고 6주간 30만 명의 중국인을 학살하던 지옥 같은 순간을 사진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스크린에 인화해낸다.
우편배달부 류창은 일본군의 총구 앞에서 사진관 수습 일꾼이라 속이며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그는 일본군 사진병 이토 히데오의 지시로 학살의 현장이 담긴 필름들을 인화하기 시작한다. 암실 속 현상액 위로 떠오르는 것은 승전의 기록이 아닌,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살인과 광기의 순간들이다. 사진관 지하에 숨어든 민간인들과 살아남기 위해 부역하는 이들의 고뇌 속에서, 류창은 이 참혹한 증거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영화는 일본군 소위들이 벌인 '100인 참수 경쟁' 등 실제 기록과 사진을 삽화처럼 배치하며 전쟁의 야만성을 고발한다. 단순히 분노를 자극하는 프로파간다에 머물지 않고, 죽음의 문턱에서 인간성을 유지하려는 이들과 역사의 죄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떠는 부역자들의 입체적인 모습을 담아낸다. 이는 1937년 화동사진관에서 일하며 16장의 학살 사진을 몰래 빼돌려 전후 군사재판의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던 실존 인물 뤄진의 사연을 모티브로 하여 진정성을 더한다.
난징대학살 희생자 기념관에 깔린 30만 개의 자갈처럼, 영화는 그날의 희생자 한 명 한 명을 잊지 말라고 경고한다. "과거를 잊으면 미래가 없다"는 메시지는 비단 중국뿐 아니라 제암리 학살 등 아픈 역사를 공유한 우리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흑백 사진 속에 갇혀 있던 비명이 생생한 영상으로 되살아날 때, 관객은 비극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곧 미래를 지키는 힘임을 깨닫게 된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