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풍추영
한때는 육해공을 완벽하게 날고 기던 성룡이지만 언젠가부터 영화팬의 기대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이 더 반가운지 모르겠다. 왕년의 그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액션의 아우라와 황금기 홍콩영화의 활력을 느끼게 해준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포풍추영>이다. <포풍추영>은 양쯔(楊子/래리 양) 감독이 성룡과 두 번째 합을 맞춘 작품이다. 전작 <라이드 온>은 왕년의 스턴트맨 성룡이 딸을 위해 노익장을 불태우던 애처로운 작품이었다.
<포풍추영>은 2007년 개봉되었던 홍콩 유내해(游乃海) 감독의 <천공의 눈>(원제:跟蹤)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임달화, 양가위, 서자산이 나왔던 이 작품은 홍콩의 베테랑 형사가 신참과 함께 보석강도단의 추적하는 작품이다. 홍콩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와 첨단 데이터분석을 통해 악당을 일망타진하는 액션영화였다. <흑사회>,,<유도용호방> 등 두기봉 걸작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유내해의 감독데뷔작이었다. 이 작품은 2013년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주연의 한국영화 <감시자들>로 한 차례 리메이크되었다. 신출귀몰하는 악당을 잡기 위한 잠복형사의 애환은 전형적인 이야기이지만 여기에 최첨단 범죄예방감시체제가 결합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더 현실적이고, 판타스틱한 SF물로의 확장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드디어 양쯔 감독이 다시 한 번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그동안 영화 CG, VFX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중국 치안당국의 감시체제의 놀라운 업그레이드 수준도 확인(!)할 수 있을 듯. (영화속 내용만은 아닐 듯!)
<포풍추영>은 홍콩, 서울이 아니라 ‘마카오’가 배경이다. 최첨단 감시망이 빈틈없이 깔린 이곳에 정체불명의 도둑들이 연이어 대형 범죄를 성공시킨다. 이들은 마카오의 복잡한 골목과 치안당국의 최첨단 감시체제(‘Eye in the Sky’)를 농락하며 매번 경찰의 추적을 따돌린다. 마카오 ‘사법경찰국’은 은퇴한 황더중(성룡)을 불러낸다. 최첨단시스템보다는 발로 뛰고, 끝도 없이 잠복하는 아날로그형 인물인 황은 신참 허추궈(장쯔펑)와 신세대 팀원과 함께 이들 범죄일당을 잡기 위한 지루한 작전을 펼친다.
포풍추영
영화는 아날로그 시대에 맹활약을 펼쳤을 성룡과 신세대 경찰이 범죄자 일망타진을 위해 손잡고 뛰는 이야기가 씨줄이다. 그 씨줄의 이야기에는 성룡과 장쯔펑의 사연도 가미된다. 날줄은 경찰과 범죄자의 대결이다. 최첨단 감시 장비, 쏟아지는 엄청난 무기들, 마카오 곳곳을 누비는 동선 등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룡과 양가휘라는 어마무시한 카라스마의 홍콩 배우가 펼치는 액션과 감정연기가 오랜만에 홍콩영화의 재미를 만끽하게 한다.
성룡은 언젠가부터 세대 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가족, 딸을 지켜야하고 사회의 악도 제거해야한다. 힘이 달리고, 딜레마에 부딪치지만 결국 성룡은 깨지고 엎어지고 피가 나도 일어설 것이다. 그 고단하고 위대한 행적에 젊은이들은 전업(專業)정신을 배우고, 열정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양쯔(래리 양) 감독의 데뷔작은 순수문예물 <산이 울다>(喊山)였다. 부산국제영화제(2015) 폐막작이었다. 장예모 감독의 초기작품을 다시 만나는 것 같은 드라마를 보여주었던 그가 성룡과 손잡고 액션을 말하고, 첨단 시스템을 보여주며, 할리우드적 드라마를 만든다. 이번 작품도 본 영화가 끝난 뒤 성룡의 NG장면과 함께 이스트에그를 통해 드라마의 깊이를 전해주고 속편을 암시한다.
신참 허치우궈역의 장쯔펑(張子楓)은 풍소강 감독의 <당산대지진>(2010)에서 장칭추의 아역으로, <내가 날 부를 때>(我的姐姐,2021)로 눈물연기의 진수를 보여줬었다. 마지막에 가서야 1인3역인 시멍/시왕 역의 츠샤(此沙)는 사천성 이족 출신의 배우로 <봉신연의:조가풍운>과 그 속편에 나왔었다. 그리고, 세븐틴 멤버 준(문준휘)은 도둑일당 중 후펑(胡楓)으로 액션연기를 깔끔하게 해치운다. 물론 이 영화는 젊은 배우들이 아니라 노익장 연기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것이다. 성룡의 눈물 겨운 액션연기와 양가휘의 놀라운 카리스마 악역은 명불허전의 홍콩영화배우의 전설이다. 우영광은 장쯔펑의 아버지로, <산이 울다>의 왕쯔이와 랑위에팅이 형사로 나온다.
‘捕風追影’의 “바람을 잡고, 그림자를 쫓는다”는 뜻이다. 그만큼 형사의 일은 힘들고, 극중 빌런들의 행적이 신비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에서 상영된다. (박재환)
▶포풍추영 (捕風追影/The Shadow’s Edge) (2025)▶감독: 래리 양 ▶출연: 성룡(황더중), 양가휘(푸룽성), 장쯔펑, 문준휘(후펑), 츠샤(此沙) 문준휘, 왕쯔이(王紫逸) 랑위에팅(郎月婷) ▶수입:㈜엔케이컨텐츠 ▶배급:㈜디스테이션 ▶개봉: 2025년 9월 20일/15세이상관람가/142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