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일 수밖에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비밀을 있다. 강원도 춘천의 중학교의 미술선생님 정하에게도. 과연 정하에게는 무슨 말 못할 비밀이 있고, 춘천의 안개는 그런 비밀을 언제까지 품을 수 있을까. 남 말하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말이다. 오늘(10일) 개봉하는 김대환 감독의 영화 <비밀일 수밖에>이다.
중학생 진우네 가족의 저녁 밥상. 아버지는 태백에서, 어머니는 춘천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다. 아빠는 진우의 성적표를 보고 “이 성적으로 춘고 가겠어? 하다못해 장사라도 하려면 춘고는 나와야지”란다. 그날 태백으로 돌아가던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영화는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10년 뒤의 진우네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전히 춘천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정하(장영남)에게 캐나다로 유학갔던 아들 진우(류경수)가 여자친구 제니(스테파니 리)와 함께 불쑥 찾아온다. 둘은 곧 결혼할 것이라고. 갑작스런 재회에 기뻐할 틈도 없이 정하의 공간에 사람들이 끼어들기 시작한다. 제니의 부모까지 춘천으로 날아온다. 이들에겐 각자 살아온 세월만큼의 삶의 무게와 짊어진 과거가 있다. 정하의 집에 같이 사는 지선(옥지영)도 그러할 것이다.
<철원기행>과 <초행>에 이은 김대환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 <비밀일 수밖에>는 춘천이 배경이다. ‘고교평준화’ 되기 전의 이른바 명문고였던 춘천고에 대한 밥상머리 이야기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에는 춘천의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제니의 부모가 숙소를 못 정해 발길을 돌리는 곳은 봉의산 자락의 세종호텔이고, 결혼식장을 찾기 위해 가는 곳은 산토리니 카페이고, 모두들 쓸쓸하게 발길을 옮기는 테마파크는 육림랜드이다. 김대환 감독은 바로 그 곳, 춘천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비밀일 수밖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정하의 마음속에 있었을 것이다. 남편의 죽음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정하일 테니. 선생님이기에 주위의 시선에 더 신경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전원주택에서 나름 평온한 삶을 유지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온 아들로 인해 그런 삶이 흔들리는 것이다. 아들 진우 또한 하찮은 비밀을 갖고 있다. 도망치듯 떠난 캐나다 유학생활은 빛 좋은 개살구이고 지금은 요리 유튜버란다. 여자친구 제니는 옆에서 응원해 주지만 엄마된 입장에선 안타깝고, 제니의 부모는 황당할 것이다. 아무리 ‘너 하고 싶은 것 해라“지만.
가족드라마에도 빌런이 있다면 이 작품에서는 분명 제니의 아버지 문철(박지일)이 될 것이다. 30년 전 고향 홍천을 황망히 떠난 그가 지금 굳이 한국을 다시 찾은 것은 딸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가 한국을 떠나야했고, 캐나다에서 자리를 못 잡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니는 그런 아버지를 옆에서 보는 것이 너무나 싫었을 것이고, 오랫동안 참고 참았던 아내 하영은 모든 소동의 끝에서 결국 결단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각자의 슬픔과 비밀, 사연을 가진 가족들, 사돈들은 춘천의 밤공기와 소동극 속에서 제 짝을 찾고,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는 가족의 굴레도 있겠지만, 결국 인생이란 각자도생이며 ’님과 함께‘인 것이다. 춘천의 산과 숲과 안개는 그런 인간의 드라마를 그저 지켜볼 뿐이다. (박재환)
▶비밀일 밖에 ▶감독/각본: 김대환 ▶출연: 장영남(정하) 류경수(진우) 스테파니 리(제니) 옥지영(지선) 박지일(문철) 박지아(하영) ▶제작/배급:(주)AD406, ㈜슈아픽처스 ▶개봉:2025년 9월 10일/114분/12세이상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