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일 수밖에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강원도 춘천의 중학교 미술 교사 정하에게도 춘천의 안개처럼 품어온 말 못 할 사연이 존재한다. 오늘(10일) 개봉하는 김대환 감독의 <비밀일 수밖에>는 평온해 보이는 일상 아래 침잠해 있던 가족들의 민낯을 조용히 들춰내는 영화다.
영화는 10년 전, 춘천고 진학을 압박하던 평범한 저녁 식사 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기억에서 시작된다. 세월이 흘러 홀로 춘천을 지키는 정하에게 캐나다로 유학 갔던 아들 진우가 여자친구 제니와 함께 불쑥 나타나 결혼을 선언한다. 여기에 제니의 부모까지 춘천으로 날아오며 정하의 정적인 공간은 각자의 삶의 무게와 과거를 짊어진 인물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철원기행>, <초행>을 잇는 김대환 감독의 '가족 3부작'의 완결판 격인 이 작품은 춘천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봉의산 세종호텔, 산토리니 카페, 육림랜드 등 실제 공간들은 인물들의 쓸쓸한 발길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남편의 죽음에 부채감을 가진 정하, 빛 좋은 개살구였던 유학 생활을 뒤로하고 요리 유튜버가 된 진우, 그리고 실패한 이민 생활의 울분을 터뜨리는 제니의 아버지 문철까지. 영화는 가족이라는 굴레 속에서도 결국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고독을 응시한다. 춘천의 안개는 그 소동극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