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 사이에
여기 한 여자가 건널목 앞에 멈칫 서 있다. 휠체어를 탄 은진은 사고 이후 17년째 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녀 곁에는 다정한 남편 호선이 있고, 두 사람에게 기적 같은 아이 '쪼코'가 찾아온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척추 장애를 가진 은진의 출산은 고난의 연속이다. 영화 <우리 둘 사이에>는 불안과 기대, 절망과 기쁨이 교차하는 장애인 산모의 출산 분투기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성지혜 감독은 잔인할 만큼 현실적인 고충을 배치한다. 대학 강사인 남편 호선의 불안정한 직위와 쌓여가는 병원비는 신혼부부의 희망을 위협한다. 자전거 배달 알바까지 하며 버티는 호선과, 배가 불러올수록 생리적 고통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은진의 모습은 관객의 마음을 저미게 한다. 그럼에도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사람의 순수한 진심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있다.
작품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부각하기보다,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고 그 과정을 견뎌내는 위대한 모성애와 인간적 고뇌에 집중한다. 김시은과 설정환은 불안 속에서도 서로를 지탱하는 부부의 모습을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은진의 곁을 지키는 '언니' 역의 오지후는 극의 중심을 든든히 잡는다. 수술실로 향하는 은진의 마지막 클로즈업은 온 우주의 기원이 '쪼코'에게 닿기를 염원하게 만든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