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 공연 모습
L. 프랭크 바움이 쓴 소설 <오즈의 마법사>가 세상에 등장한 것은 1900년이다. W.W. 덴슬로의 삽화와 함께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쥬디 갤런드가 주연한 MGM 영화(1939)로 처음 접했을 이들도 많을 것이다. 캔자스에 사는 도로시가 강아지 토토와 함께 모험을 떠나고, 허수아비·양철 나무꾼·겁쟁이 사자를 만나며, 사기꾼 마법사의 정체를 밝힌 뒤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이 고전은 나쁜 마녀가 토네이도에 날아간 집에 깔려 죽고, 물벼락에 녹아 사라지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덴슬로의 단순한 그림도 인상적이었고,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특수효과로 환상의 세계가 완성됐다.
이 고전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위키드>(1995)를 통해 재해석된다. 동쪽과 서쪽 마녀는 어떻게 선하거나 사악한 마녀가 되었는지, 초록 마녀의 탄생 비화까지 펼쳐진다. 우정과 권력, 날개 달린 원숭이와 겁쟁이 사자까지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복잡한가? 뮤지컬 <위키드>를 보면 된다. 음악과 노래가 이 모든 세계를 쉽고도 황홀하게 펼쳐 보인다.
지난 12일 서울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위키드>는 2012년 한국 초연 이후 13년 만에 돌아온 해외 프로덕션이다. 옥주현과 정선아가 이끈 한국 공연과 할리우드 영화(파트1)까지 즐겼다면, 이제 내한 공연을 맞이할 차례이다. 호주를 시작으로 싱가포르를 거쳐 한강진(블루스퀘어)에 도착했다. 무대 중앙에는 거대한 타임 드래곤이 포효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여기는 에메랄드 시티이며 오즈의 마법 세계다. 착한 마녀 글린다가 비눗방울을 타고 내려와 사악한 마녀 엘파바의 죽음을 알린다. 이제부터 글린다와 엘파바의 오래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정과 마법, 질투와 저주, 사랑과 희생의 이야기다. 초록 피부를 지닌 엘파바 출생담에서 마법학교의 우정 이야기로 이어진다.
뮤지컬 [위키드] 공연 모습
이번 내한 공연팀은 호주 무대에서 활약한 베테랑 배우들이다. 코트니 몬스마는 사랑스럽고 유쾌한 글린다를 생동감 있게 연기한다. ‘파퓰러(Popular)’ 넘버에서는 상큼함이 넘친다. 엘파바 역을 맡은 배우는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에서 폭발적인 고음을 터뜨린다.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위키드>는 뮤지컬로 재탄생하며 이야기의 결이 풍성해졌다. 단순한 마녀의 왕따나 소녀들의 퀸카 등극 이야기가 아니다.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진 엘파바, 말하는 동물의 권리를 짓밟는 권력 등 시대정신까지 읽힌다. 페미니즘과 퀴어 서사는 잔가지일 뿐이다. ‘디파잉 그래비티’는 억압과 차별, 배제의 중력을 깨뜨리는 투쟁의 노래다. 물론 공연장 로비에서 이런 감상은 사절일 것이다. 더더군다나 L.프랭크 바움이 남긴 흑역사도. <위키드>는 그 모든 중력에서 벗어나게 한다. 노래와 무대, 그 힘만으로.
‘오즈’의 고전을 사랑했다면 뮤지컬 <위키드>는 황홀한 무대와 강렬한 넘버로 다시 한 번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정선아의 ‘파퓰러’, 옥주현의 ‘디파잉 그래비티’가 귓가를 맴돌았다면 이번 내한 공연 역시 기대해 볼 만하다.
소설 <오즈의 마법사> 삽화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WICKED The Musical) ▶작곡/작사: 스테펀 슈와츠 ▶극본: 위니 홀츠만 ▶오리지널연출: 조 만텔로 ▶출연: 코트니 몬스마(글린다) 세리든 아담스(엘파바) 사이먼 버크(마법사) 제니퍼 불레틱(모리블 학장) 리암 헤드(피에로) 폴 핸런(딜라몬드 교수) 첼시 딘(네사로즈) 커티스 파파디니스(보크) 조이 코핀저(엘파바 얼터네이트) ▶공연: 2025.07.12 ~2025.10.26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공연시간: 17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관람연령: 8세이상 관람가능
[사진=클립서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