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브
‘장기이식’(臟器移植)은 사람 신체의 일부를 떼어내 다른 사람의 몸에 옮겨 거부반응을 최소화 시키고, 궁극적으로 원래 본인의 장기였던 것처럼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수술일 것이다. 사람과 비슷한 동물이나 인공장기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사람의 몸에 의존한다. 오랫동안 ‘신체발부는 수지부모하여,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는 금언 때문에 머리카락 자르는 것조차 기겁했던 민족이지만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주는 것만큼 대단한 희생이 어디 있을까. 기증자의 숭고함에 경배 드리고, 이식받은 자가 하루속히 쾌차하기를. 여기, 아주 특수한 기증자가 있다. 영화초반 한 사람이 앰블런스로 병원에 실려 온다. 그는 죽으면서 ‘심장, 폐, 각막, 신장, 간’ 등을 남긴다. 그런데 이 사람이 특별한 초능력자였던 모양이다. 이제 그의 장기를 이식한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자. 30일 개봉하는 강형철 감독의 영화 <하이파이브>이다.
태권도장 사범의 딸, 소녀 완서(이재인)는 심장을 이식받았다. 병약했던 완서는 폭풍발차기로 샌드백을 날려버리고, 발에 모터를 단 것처럼 도로를 질주하고, 건물을 훌쩍 뛰어넘는 괴력이 생겨났다. 놀라운 신체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지성(안재홍)을 만난다. 지성은 폐 이식을 받은 뒤 놀라운 ‘초강풍’ 입 바람의 능력을 갖게 된다. 시나리오 작가지망생로 ‘초능력’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지성은 초능력자의 손목에는 특별한 문신이 있단다. 그렇게 ‘장기이식’ 초능력자가 하나둘 한자리에 모인다. 각막을 이식받은 후 전자기파를 조종하게 된 백수 기동(유아인), 신장을 이식받은 ‘프레시 매니저’(야쿠르트~~) 선녀(라미란), 그리고 간을 이식받은 뒤 치유의 능력을 갖게 된 약선(김희원)이다. “장기이식은 6개까지 가능하다는데..” 나머지 한 사람은? 하필 췌장을 이식받은 자는 ‘영생불멸’을 부르짖는 사이비 교주 영춘(신구)이란다. 어제까지 ‘친구가 없거나’, ‘백수거나’, ‘한심하거나’, ‘별 볼일 없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자로 변신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화 <하이파이브>는 그 좌충우돌, 우왕좌왕, 영웅놀이, 히어로 쇼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과속스캔들>, <써니>에서 <스윙키즈>까지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웅장하면서도 묵직한 영화적 서사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던 강형철 감독은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무비의 스펙터클한 공간에 지극히 서민적이며, 한국적인 초능력자 이야기를 대입시킨다. 초능력자는 어떻게 생기는가. 우주에서 날아오지 않는 이상 ‘우연의 소산물’일 가능성이 높다. H.G.웰스의 <투명인간>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신체가 투명해지는 약물’이 혼합되고, ‘헐크’나 ‘스파이더맨’도 그런 사고의 결과물이다. 연상호 감독의 <염력>에서는 외래 운석에서 나온 에너지가 스며든 약수터 물을 마시고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된다. 강형철 감독은 그런 뻔한 설정에 또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다 필요 없고’ 초능력자의 장기를 골고루 나눠주면서 적당한 파워를 가진 초능력자를 양산시킨 것이다. 기존의 무협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엄청난 시련과 각고의 트레이닝 끝에 초능력에 준하는 무공을 얻게 되지만, ‘매트릭스’의 로딩 기술이 등장한 이래 이제는 누구나 쉽게 초능력자가 되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그런 게 있다면 말이다.
하이파이브
문제는 이때부터이다. 초능력자들은 왜 팀이 되고, 팀이 된 후 그들은 누구와 맞서게 되는가. ‘작가지망생’은 쉽게 이야기한다. “초능력자는 초능력자를 알아보고, 결국은 최고의 초능력자 되려고 하는 것이지.”라고. 이제 사이비교주가 타노스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어렵게 친구가 되고, 팀이 된 다섯 명의 초보 초능력자는 사이비교주의 울트라 파워를 이겨낼 수 있을까. 극장에서 확인하시라~~
<하이파이브>는 우주급 ‘어벤져스’와는 애당초 비교가 불가능한 우리 동네 영웅들의 소박한 성장기이다. 각자의 아픔, 외로움, 슬픔, 고독함, 좌절감, 트라우마가 공감가능하게 그려졌고, 그 치유책이 결국 서로의 손을 잡고, 마음을 열고, 힘을 합치는 것이라는 단순한 교훈을 주지만 그 여정은 의외로 감동적이다. 이재인은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초능력자’를 연기하고, 안재홍과 유아인은 환상의 티키타카를 보여준다.
‘디 아이’ 같이 각막을 이식받은 뒤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호러영화도 있었고, ‘옥보단’류의 메디컬 드라마도 있었다. <하이파이브>는 의학적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한국적 감성이 할리우드적 이야기의 스케일로 구현된 즐겁기 그지없는 킬링타임 팝콘 수액 영화이다.
▶하이파이브 (영제:HI-FIVE) ▶각본/감독: 강형철 ▶출연: 이재인,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유아인, 오정세, 신구, 박진영 ▶제공/배급: NEW ▶제작 :안나푸르나필름 ▶개봉:2025년5월30일 /119분/15세이상관람가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