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나이프
디즈니플러스의 8부작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는 메디컬 드라마의 형식을 빌려 인간의 파괴적인 집착과 광기를 파헤친 심리 스릴러다. 세계적인 뇌수술 권위자 최덕희(설경구)와 그의 천재적인 제자 정세옥(박은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생명을 살리는 인술(仁術)보다는 뇌라는 미지의 영역을 정복하려는 두 괴물의 충돌에 집중한다.
극 중 세옥은 스승의 실력을 뛰어넘는 천부적 재능을 지녔으나, 히포크라테스 선서보다는 뇌를 헤집고 병변을 제거하는 행위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는 인물이다. 드라마는 응급실의 긴박함이나 훈훈한 성장담, 흔한 로맨스를 과감히 배제한다. 대신 모차르트를 시기한 살리에리처럼, 혹은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제자를 두려워하면서도 열망하는 스승의 뒤틀린 애증을 그려낸다. 폐사찰에서 이뤄지는 조폭 보스의 비밀 수술로 포문을 여는 전개는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지점이 평범한 의학 드라마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김정현 감독은 스승 유의태가 제자 허준을 위해 자신의 몸을 해부용으로 내어준 <소설 동의보감>의 서사를 현대적이고 잔혹한 방식으로 변주한다. 최덕희와 정세옥의 관계는 사제 간의 도리를 넘어, 서로의 파멸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기묘한 결승전을 향해 치닫는다. 분노와 광기가 소용돌이치는 수술대 위에서 두 실력자가 맛보는 '물아일체'의 순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와 환희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결국 <하이퍼나이프>는 가장 정교한 의술이 가장 극단적인 광기와 만났을 때 벌어지는 비극적 서사다.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자들만이 공유하는 그 서늘한 교감은 메디컬, 범죄, 멜로라는 장르의 틀을 부수며 기묘한 여운을 남긴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