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아파트
마동석의 '빅펀치픽처스'가 제작에 참여한 <백수아파트>는 대중적 공감대를 낚아채는 마동석 특유의 기획력이 빛나는 저예산 영화다. 영화는 '층간소음'과 '재건축'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 거울(경수진)이 아파트 공동체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려낸다.
배우 경수진은 특유의 소탈하고 건강한 매력을 십분 발휘하며 '오지랖 대마왕' 거울 역을 완벽히 소화한다. 초반부 재래시장 트럭을 붙잡고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모습은 다소 과해 보이지만, 영화는 중반 이후 거울이 왜 그토록 부조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그 상처와 사연을 드러내며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새벽 4시마다 울려 퍼지는 정체불명의 괴소음을 추적하는 과정은 소시민적 미스터리와 코미디가 적절히 버무려져 몰입감을 높인다.
이루다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해결의 주체'에 있다. 거대 권력이나 공권력의 도움 없이, 오직 시간이 많은 '백수'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며 스스로의 평화를 쟁취한다는 설정이 뭉클한 감동을 준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대신 이웃들의 투박한 발걸음으로 완성되는 후반부는 저예산 영화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진정성 있는 클라이맥스다. 결국 '백세아파트'가 '백수아파트'로 불리는 이유는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라, 서로의 안부를 물을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바꾸는 힘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박재환.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