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내면 임곡리
오늘(7일) 밤 11시 30분에 방송되는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기묘한 밤의 단편들'을 타이틀로 <핏줄>(임의준 감독), <홀>(황혜인 감독), <둔내면 임곡로>(전시형 감독) 등 세 편의 단편이 시청자를 찾는다. 전시형 감독의 <둔내면 임곡리>는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일급 스릴러 단편이다.
유영(기도영)과 정도(강길우)는 젊은 부부이다. 갓난아기와 함께 차를 몰고 시골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길이다. 남편은 뒷좌석에서 아기의 기저귀를 갈고 있고, 아내는 운전을 한다. 그리고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나누는 대사 속에서 이 부부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남편은 아마도 회사에서도 남의 부탁을 거절 못하는 타입이고, 아내는 그게 조금은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런데 시골 국도변 식당에서 옆자리 아저씨들과 엮이게 된다. 이미 거나하게 취한 이들. 갑자기 내린 비에 이들은 시내까지만 태워달란다. 남편은 그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어두운 밤,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아내는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불청객 두 사람의 술 취한 대화는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무례하고, 불온하며, 때로는 위협적이다. 그 와중에 내비게이터는 고장이 나고, 아내의 신경은 곤두선다. 그 때 도로에 뛰어든 사슴을 치는 로드킬 사고가 일어난다. 그 와중에 술 취한 사람은 녹용이라며 사슴뿔을 잘라서 가져가자고 그런다. 남편은 이러지도 저러지고 못하고 엉거주춤 중간에 서 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내는 혼자 차를 몰고 가 버린다.
둔내면 임곡리
영화에서 '히치하이킹'은 낯선 사람과의 뜻밖의 동행이 전해주는 흐뭇한 휴먼 드라마로 이어지기 보다는, 이상한 사람의 합류로 한 순간에 지옥으로 변하는 호러 스토리가 일반적이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상황에 마주친다. ‘호의와 친절, 오지랖’ 남자는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남자를 쉽게 받아들인다. “요즘 세상에!” 강길우 배우는 우유부단하고, 대책 없는 남편을 실감나게 연기한다. 갑작스런 불청객 때문에 초조하고, 아무런 방어막이 되어 주지 못하는 그런 남편 때문에 아내의 불안감을 더 커진다. 그리고, 감독은 효과적으로 아내가 생리 중이라는 설정을 살짝 깔아둔다. 이제부터 ‘밤’, ‘시골’, ‘불청객’, 그리고 ‘사체’(로드킬)라는 소재가 이 영화를 호러로 둔갑시킬 준비를 마쳤다.
과연, 부부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불청객의 최후는 어떻게 될까. 아기는 계속 울 것인가. 아내는 마지막 승자가 될 수 있을까. 런닝타임 19분의 <둔내면 임곡로>는 충분히 스릴을 즐길 만 하고, 영화가 끝난 뒤 충분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준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에게 호와 친절 베푸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제목의 ‘둔내면’은 강원도 횡성군에 있다. 그런데 영화는 경기도, 양평에서 찍은 모양이다. 영어 제목은 또 너무 거창하다. ‘Take Me Home, Country Roads’라니. 영화 자막이 올라가고 나서, 급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나고, 또 하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장면까지 놓치지 마시길. 조감독으로 임승현이 크레딧에 올라와 있다. <홈리스>와 <물비늘>의 감독이다.
▶둔내면 임곡로 (영제:Take Me Home, Country Roads) ▶시나리오:이수정 전시형 ▶감독:전시형 ▶조감독: 임승현 ▶프로듀서: 김한재 임승현 ▶출연: 기도영(유영) 강길우(정도) 정종훈(춘배) 하준호(성복) ▶배급: 필름다빈 ▶런닌타임: 19분 47초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_한국단편경쟁 상영작(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