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맨2
2020년,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개봉한 영화가 있다. 바로 권상우 주연의 <히트맨>이다.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240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다. <히트맨>은 국정원의 비밀 암살요원 ‘준’이 돌연 웹툰 작가의 꿈을 위해 조직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요원 생활에서의 모든 기억이 국가기밀로 봉인된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웹툰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선택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국정원, 심지어 웹툰 편집장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그로부터 5년 후, <히트맨2>가 개봉한다. 그 사이 국정원이 희화화되거나 K콘텐츠의 주요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분위기가 충분히 유연해진 모양이다.
웹툰 전업작가 김수혁(권상우)의 창작활동은 계속된다. ‘암살요원 준’은 러시아, 중국, 일본을 무대로 휘황찬란한 원맨 액션을 통쾌하게 선보인다. 신작 웹툰 홍보를 위해 뉴스 인터뷰에 출연해 “항상 가슴에 4B연필을 갖고 초심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방송을 본 전 세계 빌런들이 ‘준’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한국으로 몰려들며 위기가 시작된다. 국정원의 덕규(정준호), 철(이이경)은 ‘민간인’이 된 준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지만 국정원의 용출 차장(이순원)은 전편의 ‘허성태’ 못지않은 발암성 작전을 진두지휘한다. 그 사이 ‘준’의 창작세계와 한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절대 빌런이 등장한다. 미술품 컬렉터 피에르 장(김성오)이 서울로 날아오면서 이제 서울 마포 상암동 MBC 건물과 맞은 편 빌딩 옥상을 무대로 ‘웹툰을 찢고 나온’ 준의 화려한 액션이 핵폭발 급으로 펼쳐진다.
히트맨2
비밀 요원의 삶은 언제나 흥미롭다. 가족에게조차 신분을 감춰야 하는 비장함, 그리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애국심은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만든다. 하지만 <히트맨> 시리즈는 이러한 설정을 코미디로 풀어낸다. ‘트루 라이즈’가 떠오르는 구조지만, 가장 큰 차별점은 비밀 요원이 웹툰 작가가 된다는 점이다. 이 설정은 단순한 위장이 아니라 필생의 꿈이었다니. 그런데 요원시절 보고 듣고 행한 모든 것이 봉인된 국가기밀이라면? 최원섭 감독은 이 언밸런스한 스토리를 웹툰처럼 풀어나간다. 성룡과 톰 크루즈가 지나간 그 자리를 권상우는 화려한 발차기와 날렵한 몸동작으로 화면을 채운다. 모든 비밀작전은 팀워크가 생명이다. 정준호와 이이경은 이번에도 살신성인의 자세로 준을 돕는다. 여기에 준의 가족, 황우슬혜와 이지원도 한몫 하며 코믹한 상황을 연출한다.
액션 영화에서 빌런은 필수 요소다. 영화는 초반 러시아, 중국, 일본 출신의 악당들을 등장시키지만, 이들은 일종의 페인트 모션일 뿐. 실질적인 위협은 김성오와 한지은이 연기하는 강렬한 악역들이다. 이들의 존재감은 <히트맨2>를 한층 더 흥미롭게 만든다. 다만 영화의 몇몇 설정은 지나치게 가볍다. 특히 정준호와 이이경의 연애담은 이야기의 흐름을 다소 깨는 요소로 작용한다. 최첨단 무기와 최강의 전사가 등장하는 이 세계관에서 ‘마타하리’가 꼭 필요했을까 싶다.
히트맨2
서울을 넘어 세계가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시대. 국정원이 사즉생생즉사의 각오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지금, 그들의 활약은 웹툰이나 영화 속 이야기로만 남길 바란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준’이라는 캐릭터가 이제 하나의 매력적 IP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후속 작전이 계속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그 진화가 기대된다.
▶히트맨2 ▶감독:최원섭 ▶각본:신중렬,최원섭 ▶출연: 권상우(김봉준/김수혁) 정준호(천덕규) 황우슬혜(이미나) 이이경(철) 김성오(피에르 장) 이지원(가영) 이순원(용출) 이준혁(박규만 편집장) 한지은(해인) 박광재(안톤) ▶특별출연: 조수빈(뉴스앵커) 최지우(의사) ▶제작사:베리굿스튜디오, 스튜디오타겟 ▶배급사:바이포엠스튜디오 ▶개봉:2025년1월22일/15세이상관람가/11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