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모두 192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한국 영화산업에 있어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주는 긍정적 역할은 한국의 독립영화에 강한 연대를 보내고, 개봉을 향한 굳건한 지지를 표명한다는 것이다. 기실,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의 대작 영화들이 칸이나 토론토영화제를 통해 홍보의 장을 펼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충무로 메이저 영화가 부산영화제를 그런 장으로 활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대신, 많은 독립영화들이 부산영화제를 적극 활용한다. 열성 영화팬에게 먼저 선을 보이고, 눈에 띄고, 개봉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올해에도 눈부신 작품들이 많았다. 이들 영화가 차례로 영화팬에게 정상적으로 소개되기를 희망한다.
이승환, 유재욱 감독의 <라임크라임>은 랩하는 학생들의 성장영화이다. 강한 비트, 속사포 같은 랩, 그리고 사회비판적인 가사가 팡팡 울리는 작품이다.
고등학교 음악 가창 테스트 시간. 칠판에는 '가요X, 랩X'이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송주(이민우)는 보란 듯이 랩 실력을 뽐낸다. 당연히 "선생님의 점수는 F." 그런 송주의 랩을 유심히 듣고 있는 주연(장유상). 송주는 카센터를 하는 아버지 밑에서 정비기술을 배우며 '랩'을 흥얼거린다. 괜찮은 학교 진학할 부잣집 자제분 주연도 '랩'을 사랑하긴 마찬가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은 '랩'에 의기투합, '힙합전사'가 되겠다며 듀오 '라임크라임'을 결성한다. 이제 둘은 합을 맞춘다.
"공부는 저기, 노래는 여기
영화는 부산, 리뷰는 불쌍~"
사이먼 가펑클처럼, 송주와 은주는 틈만 나면 어울려 노래를 한다. 좋아하는 힙합 가수의 공연장을 가고, 시디를 사 듣고, 학교 끝나면 공터로 달려가서 맘껏 프리 스타일로 울분과 열정과 꿈을 쏟아낸다. 물론, 이들이 진학을 코앞에 둔 학생이라는 것과 한 학생은 모범학생이 아니란 사실이 '힙합전사'의 고독하고, 힘든 길을 예고한다. 송주와 학교 불량 친구들이 펼치는 일탈은 마약과 폭력이 횡행하는 미국 랩에 맞서는 '한국 중딩'식 방식일 것이다.
이승환과 유재욱 감독은 고등학교 때 실제 '라임크라임'이라는 힙합듀오를 결성하여 활동했단다. 이후 영화과에 진학했고 같이 단편작업을 했고, 이번에 <라임크라임>으로 장편데뷔를 한 것이다. 송주와 은주가 끝까지 같은 길을 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리듬에 몸을 맡기고 가슴에 응어리 치던 노랫말을 내뱉던 그 패기로 무엇인들 못 할까.
중학교 때부터 단짝이었고, 래퍼가 되려다가 감독이 된 이승환, 유재욱은 환상의 팀플레이로 청소년 랩 영화를 완성시켰다. 은주를 연기한 장유상은 고등학교 때 랩을 한 배우이고, 송주 역의 이민우는 래퍼로 활동하다가 처음 연기를 한 것이란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많은 지원 단체/기관에서 저마다의 기준으로 우수작을 선정 각종 지원을 펼친다. <라임크라임>은 KBS가 지원하는 'KBS독립영화상'을 수상했다. 상금과 함께 이 영화는 KBS '독립영화관'에 편성된다. 흥겨운 음악은 알겠는데, '힙합전사'의 노랫말이 무사히 전파를 탈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극장에서 먼저 확인해 보시길. 내달 열리는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 영화 '라임크라임' 스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