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독립영화상’ 심사위원을 맡은 주성철 영화평론가가 독립영화에 대한 온기 어린 시선을 내비쳤다.
지난 29일, 영화 ‘라임크라임’(감독 이승환, 유재욱)이 2020 부산국제영화제 ‘KBS 독립영화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라임크라임’은 성격도, 환경도 다른 두 고등학생이 힙합 듀오를 결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긴 작품으로 두 감독이 실제로 과거에 결성했던 힙합 듀오의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정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KBS독립영화상’은 KBS가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한국독립영화의 지원을 목적으로 마련한 상으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과 ‘뉴 커런츠’ 섹션의 한국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이번 해에는 총 12작품이 후보작에 올랐다. 이번 ‘KBS독립영화상’ 심사위원으로는 곽신애 (주)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이사, 정재은 감독, 주성철 영화평론가가 위촉됐다.
곽신애 대표는 세 심사위원이 이 작품을 선정한 전반적인 이유에 대해 “무리하고 과장하지 않은 서사의 안정감이 좋았다. 청춘들의 모습을 착취하거나 전시하지 않은 새로운 청춘물이어서 재밌었다”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씨네21'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JTBC ‘방구석1열’에 출연 중인 주성철 영화평론가는 ‘KBS독립영화상’의 심사를 맡으며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며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와 자신이 독립영화에 대해 지닌 견해를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번 수상작 선정은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 더욱 치열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 이유는 세 심사위원들의 ‘원픽’에 있었다. 평소 심사를 맡을 때 회의 후반부에서 자신의 '원픽' 작품을 공개하는 방식을 택해왔던 그는 이번 수상 심사에서 심상치 않은 상황을 맞닥뜨렸다.
그는 “이번 해에는 모두가 ‘원픽’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오히려 수월한 토론이 되었다.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수상작을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그런 경우가 없는 대신 각자 2,3순위로 미는 영화들이 겹쳐서 함께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었다”며 심사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최종 단계까지 깊게 논의했던 작품을 밝히기도 했다.
“이승환, 유재욱 감독의 ‘라임크라임’ 이외에도 이우정 감독의 ‘최선의 삶’, 정욱 감독의 ‘좋은 사람’, 그리고 박홍민 감독의 ‘그대 너머에’가 있었다. 작년에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꼽을 때까지만 해도 만장일치였다. 그에 반해 올해 네 작품은 심사위원 세 명 다 '원픽'이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단 한 편을 고르기 힘들었다”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더불어 “최근 청춘 영화, 페미니즘 소재 작품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고 이번 해도 그랬다. '그동안 우리가 보았던 비슷한 경향의 작품들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서너 편 정도가 올랐다. 그래도 이중에서 그런 지점들을 돌파하는 영화는 이 작품인 것 같았다”며 “확실한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후보로 선정된 열두 편들을 보면 그런 것들이 분명하다. 자신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이 시점에 이 영화를 만들어야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주제와 의식이 살아있는 영화다”라고 후보작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가 세상의 거울인 만큼, 영화는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는 흐름을 보여주는 문화의 단면이다. 독립영화는 요즘 세대들이 관심을 가진 소재들을 비춘다. 2020 부산국제영화제 또한 그런 면들이 드러난 작품들이 후보에 다수 올랐다. 이번 해 가장 많이 드러난 소재들에 대해 주성철 평론가는 “여성주의 작품들인 것 같다. 윤회적인 흐름이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심사하면 그런 작품들이 많기도 하고 여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좋은 작품들이 많다. 누군가는 이 경향에 대해 ‘이것이 언제까지 가겠냐. 지겹다’라는 말을 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계속해서 물결이나 흐름이 거세지고 층이 두터워지는 느낌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독립 영화에 대해 온기 어린 시선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 기자로서 오랜 시간 영화를 접하고 사랑해왔던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독립영화 제작자들의 마음 또한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과거 선후배들에게 “너는 영화면 다 좋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혹평을 하지 않는 기자로도 알려져 있다.
이 이유에 대해 그는 “비판하고자 하면 허점이 많다. 하지만 이제 데뷔작을 시작하고 단편 영화를 시작한 사람에게 그럴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든다. 단점은 누가 굳이 지적해주지 않아도 자신이 제일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는 공동 작업이고 개봉 후 비난을 받기 전에 자신들끼리도 비평의 과정을 충분히 가졌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끝난 사람에게 굳이 리바이브를 해줄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든다. 독립영화여서 좀 더 애정을 갖고 싶고, 단점보다는 어떻게든 미덕을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며 따뜻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마지막까지 수상의 영광을 안지 못한 후보작들에게도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그는 “이란희 감독의 ‘휴가’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다. 오래 전부터 단역 배우 생활도 하고 독립영화계에서 단편도 연출하고 긴 시간 독립영화계에 있었다. 드디어 장편 데뷔작이 ‘뉴 커런츠’ 후보에 초청이 됐다”며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예전에 독립영화나 단편영화들을 보면 반드시 빠지지 않고 많은 편수가 출품되었던 것이 노동과 관련된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휴가’라는 작품이 노동에 대한 소재를 사고 있어서 굉장히 신선했다. 이런 소재의 작품은 여전히 내 마음을 울리는 측면이 있다. 여전히 노동이라는 소재가 우리가 간과하거나 해소된 이야기가 아닌데, 왜 최근 들어 이런 작품들이 줄어들었는지 거꾸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한편, 주성철 영화평론가가 심사위원을 맡았던 'KBS독립영화상'은 앞으로도 한국독립영화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재능 있는 신인감독들을 발굴할 예정이다. 선정된 작품은 이후 KBS ‘독립영화관’에서 방영하며 독립영화와 시청자와 연결 고리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KBS미디어 정지은)
[사진= 2020 부산국제영화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