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지난 11일 개봉한 <대가족>은 이승기의 삭발 변신보다도 양우석 감독이 휴먼 드라마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변호인>부터 <강철비> 시리즈까지 한반도의 정치적·군사적 긴장을 다뤄온 그가 이번에는 '정자은행'과 '만두'를 소재로 가족의 의미를 빚어냈다. 영화는 서울 도심 한복판의 노포 '평만옥'을 배경으로, 30년 넘게 만두를 빚어온 함무옥(김윤석)과 출가하여 스님이 된 아들 함문석(이승기)의 끊어진 인연을 조명한다.
평생 화장실 종이 한 칸까지 아끼며 오직 가문의 대를 잇는 것에 집착해온 무옥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명문 의대를 그만두고 주지 스님이 된 아들에게 숨겨진 자식이 있다는 것이다. 문석이 의대생 시절 기증한 정자로 태어난 두 아이가 평만옥에 나타나면서, 무옥은 가문의 대를 이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다. 영화는 이 기묘한 유전적 인연을 둘러싼 소동극을 통해 희망과 절망, 기대와 반전의 드라마를 유쾌하고도 뭉클하게 풀어낸다.
김윤석이 연기하는 함무옥은 전쟁의 상흔을 안고 월남해 오직 생존과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온 우리 시대 가부장의 표상이다. 반면 이승기가 연기한 아들 문석은 아버지의 세속적 집착에 회의를 느끼고 속세의 인연을 끊으려 했던 인물이다. 양우석 감독은 이 평행선 같은 부자 관계를 가장 세속적인 인연인 아이들을 통해 다시 묶어세운다. 이는 단순히 혈연의 완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연의 소중함과 궁극적인 가족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김성령, 박수영 등 조연진의 활약은 극에 활력을 더하며 드라마를 풍성하게 채운다. 가부장적 질서가 희미해진 시대에 역설적으로 '대가족'의 가치를 묻는 이 영화는 연말 극장가에서 가족이 함께 보기에 적당한 온기를 지녔다. 과학적 DNA보다 강력한 것이 함께 만두를 빚고 먹으며 쌓아가는 시간임을, 영화는 평만옥의 따스한 김 서린 풍경 속에 담아낸다. ...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