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바다 갈매기는
바닷마을의 거친 삶 속에서 30대 남자는 무엇을 꿈꾸는가. 풍어의 기쁨이 사라진 항구, 그곳엔 낙오된 생에 대한 회한과 분노가 비린내처럼 머문다. <불도저에 탄 소녀>로 주목받았던 박이웅 감독의 신작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강원도 양양 남애항을 배경으로 어촌 마을의 팍팍한 현실과 그곳을 탈출하려는 한 남자의 위태로운 선택을 그린다.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에 빛나는 이 작품은 동시대 한국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포착한다.
늙은 선장 영국(윤주상)의 배를 타는 용수(박종환)는 베트남에서 온 아내 영란(카작)과 어머니 판례(양희경)와 함께 살아간다. 겉보기엔 평범한 어촌 가족 같지만, 용수는 지긋지긋한 현실을 벗어나 아내의 고향인 베트남으로 '사라질' 계획을 세운다. 새벽 조업 중 실족사한 것으로 위장해 보험금을 남기고 밀항하려는 것. 그러나 용수의 의도와 달리 남겨진 이들은 실종된 그를 찾기 위해 절망적인 수색을 이어가고, 악몽 같은 현실 속에서 가족의 삶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한다.
박이웅 감독은 오랜 현장 관찰을 통해 어촌 특유의 폐쇄적인 알력과 이주 여성에 대한 지배적 시각을 생생하게 녹여냈다. 용수의 극단적인 선택은 어쩌면 그가 영란을 사랑하기에 고안해 낸 최후의 방책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여기'가 아닌 '거기'로 간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있느냐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서도, 모든 것을 지켜본 노선장 영국의 시선을 통해 삶의 고단함을 묵묵히 긍정한다.
윤주상, 양희경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는 극에 압도적인 현실감을 부여한다. "갔어?"라고 묻는 마지막 대사는 삶의 비애를 관통하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동요 구절에서 따온 제목과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역설적인 영어 제목의 괴리는, 빡빡한 현실 너머 어딘가에 있을 평화를 갈구하는 이들의 서글픈 초상이다. 이 영화는 마치 비린내 나는 어촌 버전의 <한국이 싫어서>처럼 우리 시대의 실존적 불안을 고스란히 노정한다. #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