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련 콘텐츠로서는 애플TV+ 최고의 아웃풋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파친코>가 시즌2로 돌아왔다.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이 2017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일제강점기의 한국 부산 끝에 붙은 작은 섬, 영도를 시작으로 일본 오사카와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에 대한 파란만장한 한국인의 핏줄을 담은 작품이다. 한 한국인의 핏줄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3일(금) 오후,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는 기대작 <파친코>의 제작발표회에 이어 배우들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경희’를 연기했던 정은채와 이번 시즌에 ‘창호’ 새로 합류한 김성규가 <파친코>의 행운에 대해 이야기 했다.
Q. ‘창호’ 캐릭터에 대해 소개해 달라.
▶김성규: “김창호는 고한수(이민호) 밑에서 뒤치다꺼리를 하는 인물이다.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묵묵히 수행한다. 그가 하는 일 중 하나가 선자네 가족을 돌보는 것이다. 여태 내가 연기한 캐릭터 중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새로운 모습이었다. 시즌1을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서 대단하다 생각한 것은 작은 배역들 하나하나가 그 속에 살아있는 캐릭터로 보였다.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부러웠다.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그 관계성을 생각하고, 멜로를 넘어 인생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놀라웠다. 그렇게 접근했다.”
Q. 새롭게 합류한 김성규와 호흡은 어땠나.
▶정은채: “누가 ‘창호’를 연기하게 될지 궁금했고, 기대가 컸었다. 케미스트리 오디션을 볼 때 현장에서 호흡을 맞춰봤는데 ‘이 사람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소름끼치는 순간이었다. 김성규 배우는 차분하고, 한결같은 사람이다. 항상 이 정도의 텐션을 가지고 적당한 거리감과 친근감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확신했다. 촬영 들어가서는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웠다.”
Q. 오디션 준비 과정은?
▶김성규: “오디션 영상을 찍었을 때 전혀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다. 고민도 많을 때였다. 기본에 충실하려고 했던 것 같다. 케미 오디션 때도 저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은채 배우와의 연기라니. 매치가 잘 안되더라. 실제로 만났을 때는 더 먼 사람처럼 느껴졌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큰 경험이라고 생각했었다. 케미 오디션은 총괄 프로듀서인 수 휴가 직접 진행했었다. 어떤 한 인물을 찾아내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했다.”
Q. 정은채 배우가 연기한 경희란 인물은?
▶정은채: “경희에게는 응축된 아픔과 슬픔이 많다. 담담해지려고 하지만 어디선가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 놓이지만 선자를 통해 조금씩 적응하고 버틴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내려놓는 인물이다. 한편으로는 인간이기에 누군가가 자신을 좀 알아줬으면 생각한다. 아프지만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Q. <파친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은채: “밥상 앞에 앉아 밥을 먹는 장면은 너무 좋았다. 둘러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 아무리 힘든 하루라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가족만 믿고 어려움을 견디는 것이다. 그런 것을 즐기면서 촬영했다.”
▶김성규: “경희와의 감정이 잘 스며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보는 제 모습에 아쉬움이 있었다. 나는 농장 신들이 다 좋았다. 그 장면에서는 창호도 행복해하는 것 같다.”
Q. 모 심는 장면은 어땠는지.
▶정은채: 그 장면은 고요하게 흘러가는 아름다운 장면인데 찍을 때 너무 더웠다. 다들 찍다가 졸도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논에는 물이 가득했고 다리가 빠져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안에서 반나절 이상 화장실도 못가고 뙤약볕 아래서 모 심은 연기를 해야 했다. 쉽지 않았지만 배우들이 함께 견딜 수 있다는 것이 ‘파친코’만의 묘한 매력인 것 같다. 그 장면은 의성에서 찍은 것이다.“
▶김성규 ”촬영현장에는 모내기 장인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현장에는 장인들이 항상 함께 했다. 연날리기 장면에서는 ‘연날리기 장인도 오겠지’고 했는데 정말 국가대표급 장인이 오시더라. 정말 준비가 철두철미하구나 싶었다. 그런 에피소드들이 힘들지만 촬영은 재밌었다.“
Q. 아픈 역사를 다룬 시대극이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는
▶김성규: ”아무래도 작품을 하면서 더 찾아보게 되더라. 실제 역사적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인간으로서 역경을 이겨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하지만 간접적으로 상상도 해봤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인간으로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았다.“
▶정은채: ”이게 단순한 역사물이 아니라 역사 속에 살아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시즌1처럼 시즌2도 사건을 폭력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배경이 되는 그 인물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 그런 척박한 상황이 캐릭터를 통해 잘 드러나길 바랐다.“
Q.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보여주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은채: ”결국 이 드라마에는 성공과 실패, 흥망성쇠, 사랑과 미움 등 여러 코드가 있다. 그런 것을 통해 현재의 우리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Q. 시즌2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정은채: ”부담이 되었다. 시즌1이 많은 사랑과 응원, 지지를 전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작품이다. 다행히 시즌2가 제작되어 기뻤다. 그런 기대에 부응해야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다른 커다란 욕심이나 과한 설정보다는 시즌1에서 느낄 수 있었던, 사람들이 좋아했던 그 코드를 그대로 이어가고 싶었다. 연출적인 부분도 그랬고, 모든 것이 담백하고 섬세하게 톤을 유지했다고 생각한다.“
Q. 감독님이 세 분인데 작업 소감은? *시즌2 연출은 리안 웰햄(1~2화), 진준림(3~5화), 이상일(6~8) 감독이 맡았다
▶정은채: ”시즌1때는 두 분이었다. 이번에는 세 사람이 한다기에 굉장히 놀랐었다. 어떤 날은 두 사람의 감독이 와서 찍은 적도 있다. 각 감독님이 원하는 것,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질문도 많이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작업했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현장이었다. 배운다는 마음으로 현장에 있었다. 항상 날이 선 채 긴장했었다.“
▶김성규: ”이전에 짧게나마 두 감독이 연출한 작품을 한 적이 있다. 이번에 작품을 찍을 때 감독이 하는 말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다. 그래도 이상일 감독님 파트가 정서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조금 편했다. 조금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에피소드마다 감독님이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감독들마다 장점이 있으니, 이렇게 하는구나.“
Q. 작품 촬영 후 성장했다고 느끼는지?
▶김성규: ”끝나고 좋은 영향을 받고 돌아온 느낌이다. 가족이라는 관계, 배우들끼리 일상에서 교감하는 것이 작품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런 것이 앞으로 연기하는데 변화를 줄 것 같다.“ (멜로 연기의 눈빛은?) ”하하. 제가 연기하는 것은 참 느리고, 조심스럽다. 그렇게 감정이 쌓이는 인물이다. 본인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나아지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경희를 바라보는 눈빛에 묻어났다면 다행인 것 같다.“
Q. 경희-창호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하나. 그 시대에서 이야기하자면.
▶정은채: ”현 시대와는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개인의 사랑이나 욕망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기보다는 나의 가족, 나의 나라 안에서 차지하는 것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선택할 때도 이성적인 감정보다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시대의 영향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무게감이 크게 반영되는 것 같다.“
▶김성규: ”김창호라는 사람이 특별하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경희를 흠모하거나 선택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본인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러운 시대이다.“
Q. 할리우드 제작진이 만든 한국적 감성에 대해.
▶김성규: “한국인이 아닌 스태프와 작업하는 것은 특별했다. 제작총괄을 맡은 수 휴와 작가가 배우들과 섬세한 감정들에 대해 정말 많이 대화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을 느꼈다. 역사적 배경들도 꼼꼼했다. 정말 전문가들을 한 분 한 분 모셔오는 것이 정성을 많이 들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은채: “한국뿐만 아니라 오사카 방언을 위해 현장에 전문가 항상 있었다. 최대한 사실감과 역사적 색깔을 넣으려고 애썼다. 다국적 스태프가 있었지만 누구 한 사람도 백프로 확신하지 않고, 더 많이 소통하려고 했다. 특히 한국 사람과의 소통은 진지했다. 사전에 자료조사를 많이 했지만 현장에서 항상 의논을 한다. 이게 말이 되는 세팅인지, 어울리는 소품인지 물어보더라. 밥 먹는 장면,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도 항상 촬영하다가 멈춰 의논하고 그랬다. 실시간으로 열린 마음으로 완벽을 추구한 것 같다.”
Q. 시즌1에서 화제가 된 오프닝 시퀀스 춤추는 장면에 대해.
▶정은채: “시즌1에서 그것 때문에 상도 많이 받았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번 시즌에서는 규모를 키워 며칠에 걸쳐 촬영했다. 그렇게 찍는다고 해서 당황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많은 장르의 음악을 배경으로 하루 종일 춤을 췄다. 서로 회포를 푸는 것 같았다. 작품이 주는 아픔, 스트레스를 풀고 많이 웃으며 춤을 추었다. 제 역할이 많이 슬픈데 그날만큼은 정말 많이 웃었다. 많은 배우들이 생각날 것이다.”
김민하, 윤여정, 진하, 이민호, 정은채, 김성규, 아라이 소지, 노상현, 한준우, 안나 사웨이 등이 출연하는 애플tv 오리지널 <파친코> 시즌2는 지난 23일(금) 첫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한 편의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시즌2는 시즌1처럼 모두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사진=애플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