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 23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8부작 오리지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1~4부까지의 사전시사 리뷰입니다. *
23일(금)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꽤나 흥미로운 스릴러이다. 주의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갈피를 잡기 힘든 살인사건이 ‘투 트랙’으로 펼쳐진다. 그것도 현재와 과거, 20년의 시차를 두고 펼쳐지는 사건이다. 먼저, 그러한 사실만 알고 봐도 사건과 캐릭터를 따라잡기는 훨씬 용이할 듯하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매회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화자는 다르다. 김윤석이 말할 때도 있고, 윤계상이 말할 때도 있다. "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라고 묻는다. 시청자들은 아마 그 말의 의미를 찾는다고 작품에 더 집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작품의 배경은 서울에서 좀 떨어진 시골마을이다. 아마 국도변을 따라 가다 산길로 조금 들어서면 볼 수 있는 펜션이다. 이 동네에는 펜션과 있고, 모텔도 있는 모양이다. 숲이 우거지고, 호수가 있다. 그리고, 보기만 해도 절로 마음이 안정되는 숙박시설이 있다. 이곳에 윤계상의 모텔이 있고, 김윤석의 펜션이 자리하고 있다. (눈치 챘겠지만 2000년과 2020년 대의 어느 시점이다)
작품은 혼란스럽게 시대가 오가고, 사건이 교차되고, 인물이 방황한다. 조금은 낯선 진행이지만 1회 차가 끝나갈 때면 적응할 수 있다. 특히 자막이 올라갈 때 '윤보민=이정은, 젊은 윤보민=하윤경'할 때 말이다. 그제야 시간의 축을 잡고, 인물의 표정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영하’(김윤석)는 시한부 삶의 아내를 위해 서울의 삶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내려와 펜션을 연다. 어느 날 ‘성아’(고민시)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이곳에 묵게 된다. 예정에 없이(다른 펜션의 에어컨이 고장 나서) 이곳에 묵게 되는 성아의 행동거지가 참으로 수상하다. 영하는 환상인지, 악몽인지 성아가 데리고 온 아이를 죽이고 시체를 어떻게 처리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묵었던 방은 깨끗하게 정돈되었지만 핏자국이 남아있다. 특히, 자기가 들려준 오디오의 LP에 핏자국이 선명하다. 이제 영하는 끊임없이 등장하는 성아의 환상에 시달린다. 그리고 서울에서 약국을 하는 딸(노윤서)까지 해코지 할 것 같은 불안에 휩싸인다. 그게 현실적 공포인지, 상처(喪妻)의 망상인지는 알 수 없다.
'영하'의 이야기와 함께 상준(윤계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렵게 자란 상준은 아내 은경(류현경)을 만나 IMF도 이겨내며 겨우 이곳까지 와서 쓰러져가는 모텔을 경매로 얻게 된다. '레이크뷰' 모텔의 희망은 잠깐. 어느날 찾아온 수상한 손님 지향철(홍기준)이 연쇄살인범이었단다. 자신의 모텔에서 끔찍한 살인행각이 펼쳐지고, 그 사건은 상준의 가정을 산산조각내고 만다. 상준은 힘든 세상을 열심히 살아온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 들이닥친 비극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리고, 이곳에 살인현장의 관찰자가 있다. 경찰 윤보민(하윤경/이정은)이다. 젊은 윤보민은 레이크뷰에서 사건이 터질 때는 '초짜' 순경으로 경황이 없다. 그러나 윤보민은 끈기가 있고, 집념이 있고, 풀어야할 숙제가 있는 사람이었다. 20년 동안 현장을 뛰며, 마치 '술래'처럼 숨겨진 사건의 내막과 '개구리'가 된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고 애쓴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우연히' 그 곳에 있다가 '필연적'으로 희생자가 되어 버린 사람들의 원혼을 파헤치는 드라마(인 듯하)다. 살인자(혹은 살인자로 의심되는)는 우연찮게, 혹은 '피해자'의 호의로 그곳에 머물게 되고, 일은 예상 못한 방향으로 흘러만 간다. 그리고 그 사건은 잔잔한 호수에 던진 돌멩이처럼 파문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돌멩이를 던졌을 때, 하필 그 자리에 앉아있던 개구리가 정통으로 맞았을 때의 비극이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선문답인지 모른다. 작품의 영어 제목 ‘The Frog'(개구리)이 어쩌면 더 이야기의 핵심을 전해줄 지 모르겠다. 영화는 윤계상의 아내처럼, 윤계상의 아들처럼, 그리고 어쩌면 김윤석 자신과 김윤석의 딸처럼 파문의 그물에 걸린 피해자의 불행과 비극을 따라간다.
여기까지는 8부작의 절반인 4부까지의 이야기이다. 시차를 두고 김윤석과 윤계상에게 떨어진 날벼락이 어떻게 연결되고, 누가(윤보민이겠지만) 그 연결고리를 찾아낼지 궁금하다. 살인사건과 함께 ’학교 왕따‘나 ’옐로우저널리즘‘ 이야기도 살짝 걸쳐나온다. "연쇄살인범은 사형을 받겠지. 그래도 죽지 않아.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살 거야. 그러면서 끊임없이 언론사에 자신의 이야기를 제보하겠지. 자기의 업적을... 그러면 피해자는 해마다 그 악몽에 시달리는 거야"라고.
마치 정신분열 직전의 상태까지 가는 듯한 김윤석의 혼란, 모든 것을 잃은 괴로움에 허덕이는 윤계상, 끝까지 자신의 정확한 롤을 숨기는 고민시와 함께 많은 조연들이 영화를 미스터리 넘치게, 서스펜스 가득하게 사건을 이끈다. 모텔과 펜션에서 펼쳐지는 살인의 파장은 의심과 환상, 불안과 분노를 키우며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끝에 가서야 폭발할 기세이다. 결론이 정말 궁금한 드라마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모완일 감독이 정성들여 칼을 간 넷플릭스 시리즌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23일 공개된다.
* 김윤석이 고민시에게 들려준 LP는 바비 블루 브랜드(Bobby Blue Bland)의 Ain't No Love In The Heart Of The City이다. *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감독:모완일 ▶각본:손호영 ▶출연: 김윤석(전영하) 윤계상(구상준) 고민시(성아) 이정은(윤보민) 하윤경(젊은보민) 류현경(서은경) 차미경(김경옥) 박지환(박종두) 홍기준(지향철) ▶제작:SLL, 스튜디오플로우 ▶넷플릭스 2024년 8월23일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