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란 민법에서, 채무 불이행 때 채무의 변제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채권자에게 제공하는 재산이다. 하지만 영화 ‘담보’(감독 강대규)의 세상에서만큼은 담보란 ‘담’아두는 ‘보’물 같은 존재로 정의되어 있다.
영화 ‘담보’는 사채업자인 두석(성동일 분)과 종배(김희원 분)가 조선족 출신 채무자 명자(김윤진 분)에게 돈을 받기 위해 그의 딸 어린 승이(박소이 분)를 담보로 데려온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힐링 무비다. 현재 누적 관객 수 130여만 명(10월 15일 기준)을 기록하며 코로나 사태에도 굴하지 않고 흥행 질주를 달리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담보’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배치된 다양한 어른들의 군상을 보여준다. 매일 전화 한 통에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는 불법 체류자들,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들, 운이 좋지 않은 일들을 접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하는 그들의 암담한 현실을 보여준다.
큰아버지라 자칭하며 술집에 팔아넘긴 아저씨도, 거짓말로 팔려온 어린 승이를 보며 “너도 인생을 초장부터 조졌구나”라고 말하는 술집 직원도, 여자 아이의 얼굴에서 피가 나도 병원 한번 보내지 않는 술집 마담도 어두운 현실 속에서 태어나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신뢰를 가지지 못한 인물들이다.
이는 두석과 종배가 생을 이어나가기 위해 택한 직업인 사채업자라는 직업이 부각되는 이유기도 하다. 누군가를 고통의 벼랑에 밀어 넣어야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삶의 구조 안에 속한 이 직업을 가진 그들은 직업과 반대되는 따뜻한 마음씨를 통해 누구보다도 담보인 승이를 아끼며 키운다. 보호를 받지 못하고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택해야 하는 승이의 유일한 안전망이 되어준 것이다.
어린 승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자신의 호적에 딸로 입양시키는 순간부터 학교 문에 엿을 붙이고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모습, 대학생이 되어 술 마시고 한 남자의 등에 업혀서 들어온 승이를 보고 이것저것 캐묻는 두석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이렇게 같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도 다른 선택을 한 인물들의 대조된 모습들은 그들이 놓인 상황만이 그들이 지닐 인류애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님을 증명한다.
또한 ‘담보’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란 무슨 의미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만이 그를 지키는 일이라 선택하고, 시간이 지난 후 100점짜리 시험지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명자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마음 한편에 간직해 두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게 만든다.
기타노 타케시 감독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가족은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존재다.”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고, 그러기에 ‘좋은 가족’을 정의하거나 규정할 수 없고 그 과정은 무의미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렇듯 아마 우리에게도 가족이란 저마다 다른 존재들로 기억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영화 ‘담보’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세 명의 인간이 악연이라고 믿었던 관계들을 성장시키며 하나의 가족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연민의 감정이 천륜으로 가는 변하는 서사는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이렇게 가족이 된다고. (KBS미디어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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