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왕성>, <박화영> 등 독립영화 현장에서 탄탄한 내공을 쌓아온 손승현 감독이 장편 데뷔작 <7월 7일>을 내놓았다. 영화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청춘 커플의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견고하지 못한 젊음의 초상을 응시한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현수(김희찬)와 감정노동의 굴레에서 하루를 버티는 미주(정이서)의 일상은 싱그러운 푸르름보다는 잿빛 고단함에 가깝다.
미주는 통신사 고객응대팀에서 진상 고객의 폭언과 실적 압박에 시달리며 만신창이가 되어 귀가한다. 하지만 집에서 만화책이나 보며 시간을 보내는 현수를 마주하는 순간, 그동안 억눌렀던 설움은 폭발한다. 영화는 2012년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설렘의 순간부터, 현실의 벽에 부딪혀 서로를 할퀴는 최근의 '7월 7일'까지의 기억을 오가며 인연의 궤적을 쫓는다. 과거의 아련한 추억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청춘의 비극이 날카롭게 박힌다.
배우 정이서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미주의 섬세한 감정선을 훌륭하게 소화했고, 김희찬 역시 꿈을 포기할 수도, 잡을 수도 없는 어중간한 청춘의 고뇌를 실감 나게 연기한다. 영화가 서늘한 긴장감을 주는 지점은 일상의 도처에 깔린 불길한 복선들이다. 난폭한 폭주족의 오토바이 소리처럼, 세상은 때로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기치 못한 변수로 소중한 인연을 단절시킨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청춘의 이야기가 슬픔으로 무너져 내리는 순간, 관객은 아름다움 너머에 존재하는 삶의 무서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손승현 감독은 자칫 유치할 수 있는 로맨스 서사를 묵직한 상실의 정서로 치환하며 독립영화 특유의 날 선 감각을 보여준다. 버티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 이 영화가 전하는 청춘의 기록은 꽤나 아프고도 긴 여운을 남긴다. #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