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원 감독의 <명왕성>, 이환 감독의 <박화영>의 조감독을 했던 손승현 감독의 장편 <7월 7일>이 개봉된다. 손승현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보니 아주 오래 전부터 독립영화계 연출부 생활을 해왔다. 어렵게 버티며, 자신의 연출작을 내놓은 것이다. 어려운 시절에 일단 버텨냈다는 것에 대해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영화 <7월 7일>은 청춘 커플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그 결말(?)을 보여준다. 청춘은 아름답지만 그 청춘이 항상 싱싱하고, 푸르고,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그런 청춘을 보여준다.
현수(김희찬)의 꿈은 영화감독.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함께 사는 미주(정이서)의 삶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출근길 동네 애들이 난폭하게 모는 오토바이 때문에 다리를 다쳐 고통스럽게 출근한다. 통신사 고객응대팀에 근무하는 미주는 오늘도 진상고객의 욕을 고스란히 받아야했다. 회사 팀장은 미주의 실적이 형편없다며 채근한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집에 돌아왔더니, 현수는 만화책을 읽고 있다. 그동안 꾹 참았던 설움이 폭발한다. “제발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렇게 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학 영화써클에서 단편영화 <육교를 뛰는 남자>를 준비하던 현수가 미주를 어떻게 캐스팅했고, 미주를 그렇게 캐스팅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연인은 과거의 추억만으로, 첫 만남에서의 가슴 떨림만으로, 첫 키스의 아련함만으로 미래를 채워 넣을 수는 없을 것이다.
손승현 감독은 의도적으로 ‘7월 7일’, 그 날의 기억을 오간다. 대학 캠퍼스에서 처음 만났던 2012년의 7월 7일부터 시작하여, 되는 것 하나 없던 해의 7월 7일, 그리고 영화를 온통 슬픔으로 물들일 가장 최근의 7월 7일까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피자집 사장으로 잠깐 출연하며 주목받은 배우 정이서는 현실적 삶에 마주친 미주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어떻게 현수와 함께 삶의 주인공이 되는 듯하지만, 둘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생각만큼 탄탄대로일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충분히 이해하고, 삶의 괴로움을 감수하리라 마음먹고 있었을 것이다. 오늘만, 이달만, 조금만 이라고.
역시 TV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커리어를 쌓아가는 김희찬은 어중간한 삶의 영광을 머리에 이고 사는 청춘의 고역을 실감 있게 연기한다. 마냥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기서 중단할 수도 없는 크기의 꿈이니 말이다. 아직 젊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미주의 삶도 있고, 무엇보다 세상은 예상 못한 변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연인이 충분히 사랑한다면, 어려움은 극복해 나갈 것이다.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둘은 충분히 아름다운 미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가 무서운 것은 복선으로 쓰인 폭주족, 동네 애들의 오토바이 씬이다. 세상은 그렇게 무너지고, 인연은 그렇게 끝나기도 하는 모양이다.
아슬아슬하게 유치하던 청춘의 이야기가 슬픔으로 무너지는 순간이다. 2020년 9월 2일 개봉/12세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